부당한 명령에 거부…눈물 닦아줄 노력 절실
[KBS 제주] [앵커]
4·3 당시 불법으로 자행된 예비검속을 조명해보는 마지막 순섭니다.
극비로 진행된 예비검속은 가해 사실을 입증할 공문서가 적다 보니 70년이 넘도록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억울한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안서연, 고진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6·25전쟁 당일 내무부 치안국장이 전국의 경찰국에 보낸 문섭니다.
전국 요시찰인을 단속하라는 내용이 담겼는데, 바로 예비검속 명령입니다.
제주에선 4·3사건 관계자들이 주요 대상이었습니다.
제주와 서귀포, 성산포와 모슬포 4개 경찰서에 끌려간 예비검속자들은 천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경찰은 이들을 D부터 A까지 4등급으로 분류했고, D와 C등급은 제주지구 계엄사령부였던 해병대에 의해 대부분 학살됐습니다.
그나마 성산포경찰서는 문형순 서장 덕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1950년 8월 30일 군의 총살 지시에 문 서장은 '부당하므로 따르지 않겠다'며 70여 명을 석방시켰습니다.
아흔 살이 넘은 노인은 문 서장에 대한 고마움을 70여 년이 넘도록 잊지 못합니다.
[강순주/성산포경찰서 예비검속 생존자 : "내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너무너무 고마운 거예요. 당신이 목숨까지 바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의 목숨까지 던지면서 우리를 살려준 거 아닙니까."]
문 서장의 애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주경찰청에 흉상이 세워졌지만 유족이 없는 그의 묘는 평안도민 공동묘역 한 귀퉁이에 있습니다.
[강순주/성산포경찰서 예비검속 생존자 : "그런 분을 발굴해서 훌륭하게 모셔야 제2 제3,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도 있고 봉사하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국가관이 뭡니까? 요즘 국가관이 있습니까? 그분이야말로 나라사랑 국가관이 철저한 사람입니다."]
예비검속의 불법성을 인정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역사 기록을 정정해 미래 교훈으로 삼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난 일부를 제외하곤 언제, 어디서, 몇 명이, 왜 학살됐는지 실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무고한 양민이 조사도 재판도 없이 학살됐다는 것, 가해 집단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윱니다.
[조정희/전 진화위 조사위원 : "(해병대가) 가해 주체로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 이런 모습이 지역 사회 안에서라도 이뤄지면 어떨까."]
여전히 수면 아래 있는 예비검속자들의 손을 놓아선 안 된다는 다짐도 나옵니다.
[박찬식/전 제주4·3연구소장 : "활주로 밑에 진짜 아직도 남아있는 유해를 언젠가는 발굴하는 근거 자료라도 우리가 남겨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정전 70주년을 맞은 지금, 묻혀있는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고 공유하는 일이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최우선 과제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그래픽:방진석·서경환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고진현 기자 (jhko09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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