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숲·배달 오토바이…교묘해지는 전화사기 수법
[KBS 부산] [앵커]
경찰이 전화금융사기 단속을 강화하자, 사기 조직의 범죄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건 전화를 국내에서 건 것처럼 바꿔주는 중계기를 이용해 24억 원의 금융사기를 도운 일당이 붙잡혔는데요,
경찰 단속을 피하려 중계기를 숨긴 장소는 어디였을까요?
보도에 정민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인적이 드문 강가 갈대숲.
땅을 파내자 하얀색 플라스틱 통이 보이고, 통 안에선 배터리와 복잡하게 얽힌 전선이 발견됩니다.
배달 중이라는 오토바이를 세워 박스를 열어보니 음식이 있어야 할 공간엔 휴대전화가 잔뜩 들어있습니다.
한 원룸의 냉장고 속에서는 20개가 넘는 휴대전화와 유심 카드가 발견됩니다.
모두 해외에서 발신된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로 건 것처럼 010으로 바꿔주는 장비입니다.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 등 일당 19명은 이런 수법으로 숨긴 장비를 이용해 전화금융사기 조직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집계한 피해액만 24억 원, 45명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010 평범한 전화였어요. 010으로 다 전화가 와서 그냥 전화를 받아서 다 그렇게 된 거에요. (어플을) 뭘 깔라 해서 깔았더니만 해킹을 당해서…."]
붙잡힌 일당 가운데 일부는 공유기 설치나 전파품질 관리 등을 한다는 구인 광고에 자신들도 속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이지완/경위/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 "회사가 상호가 어딘지, 소재지가 어디인지, 업종이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어떠한 통신 테스트 아르바이트인지, 이런 걸 명확하게 확인을 하고 일을 진행해야…."]
경찰은 붙잡힌 중계기 관리 일당 중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9명을 구속하고, 중국에서 송환한 전화사기 일당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아직 붙잡히지 않은 나머지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영상제공:부산경찰청/촬영기자:윤동욱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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