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 귀 닫고…기업 부담만 덜어준 온실가스 감축계획 확정

김기범·강한들 기자 2023. 4. 1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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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주재 탄녹위 회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안
토씨 하나 안 바꾸고 통과
탄녹위 “보완했다” 해명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씨앗뭉치’ 던지기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청사 앞 화단으로 씨앗뭉치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기본계획안 발표 후 쏟아진 시민사회·청년 등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기본계획을 의결,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의견 수렴은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녹위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방향을 담은 최상위 법정계획인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기본계획안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탄녹위는 이날 의결된 기본계획안에 담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탄녹위가 지난달 발표한 NDC의 핵심은 산업 부문 감축 비중을 기존 14.5%에서 11.3%로 3.2%포인트 줄이는 것이다.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늘어나는 탄소 배출량은 원자력발전, 국제감축,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로 줄이는 내용도 그대로 유지됐다.

탄녹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기본계획안 발표 이후 과학기술계, 노동계, 지역사회, 청년·시민단체 간담회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정부안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청년, 노동계 등이 가장 강하게 반발한 새 NDC는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기본계획안 발표 이후 시행된 청년, 시민사회와의 간담회 등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탄녹위는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 법적 체계를 강화하고 CCUS 관련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년·미래세대 등이 참여하는 이행점검 체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제외하곤 시민사회·청년 등의 의견이 반영된 대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탄녹위는 먼저 법적 체계 강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개정하거나 기후변화적응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정책에 기후위기 적응 방안을 반영하도록 의무화하고, 감시·예측·평가 기반을 구축함과 동시에 극한기후 대응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연간 100만t 규모의 탄소 포집이 가능한 대규모 실증을 추진하고, 국내에 포집한 탄소 저장소를 10억t 규모로 마련하겠다는 내용과 CCUS 사업을 한국형 수출모델로 육성하는 내용, 탄소 포집·저장과 관련된 기초·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내용 등을 기본계획안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CUS는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필요해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지적까지 받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탄소중립 달성의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비판한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걸음마 단계인 CCUS 계획의 탄소 배출량 감축분을 지나치게 크게 설정한 것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잡은 목표”라고 주장했다.

탄녹위는 국민의 탄소중립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정부 중심 이행점검 체계를 보완해 청년, 미래세대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녹위가 이번에 확정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총 89조9000억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탄녹위는 기본계획 이행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01%, 고용은 연평균 0.22% 증가할 것이라고 한국환경연구원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밝혔다.

탄녹위는 “앞으로 세부 추진계획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청년·미래세대가 참여하는 투명하고 체계적인 이행점검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범·강한들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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