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관영지 “미국의 감시, 한·미관계 불평등성 보여줘”[미국 도청 파문]
미국의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도청 파문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가 사설을 통해 “한·미관계의 불평등성이 사태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한국이 감시당하는 기분을 좋아할 리 없다’는 제목의 10일자 사설에서 “한국은 미국 첩보·감시 활동의 중대 피해 지역”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의 민감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주권에 대한 워싱턴의 뿌리 깊은 불신과 무시를 반영하는 한·미관계의 불평등한 지위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한국 대통령실은 도청 문제에 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 후 미국과 ‘필요한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는 형식적인 대응에 불과하며 한국 정부의 무력감과 무력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썼다.
사설은 더 나아가 한·미관계를 묘사하며 ‘나쁜 사람의 앞잡이가 된다’는 뜻의 ‘위호작창(爲虎作伥·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은 죽어서 창귀가 돼 호랑이가 먹이를 구하러 갈 때 길잡이 노릇을 한다)’이라는 한자성어를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견지하면 존중을 받지만, 위호작창 하면 결국 반드시 호랑이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된다”며 “국제 관계의 역사와 현실은 이러한 경험과 교훈을 매우 많이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번 일을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중요 정보 공유동맹)의 악몽”으로 표현한 미국 고위 정보 관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비밀누설은 미국 동맹체제에 대한 신뢰의 균열을 더욱 확대했다”고 썼다. 이어 “ ‘밝은 곳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되면 어두운 곳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퀴벌레 1000마리가 있다’는 말이 있다”며 이번 사안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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