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는 꼭 뽑아야 하나요?[지정현의 치아 건강이 100세 건강]
사랑을 알 나이 정도에 나온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사랑니’는 영어로는 wisdom teeth, 즉 지치(智齒)라고 합니다. 실제 사랑니는 보통 18세 전후로 나옵니다. 사랑니가 나올 때 잇몸이 붓고 자기 존재를 알리면서 요란스럽게 나올 때도 있고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히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 겉으로 나오지 않고 잇몸 뼈속에 매복돼 있어서 그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습니다.
잇몸과 치아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파노라마 방사선 사진을 보여주며 4개의 사랑니가 있다고 하면 환자들은 ‘사랑니를 뽑아야 하나요?’ ‘언제 뽑아야 하나요?’ 묻곤 합니다.
존재를 알자마자 뽑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하는 사랑니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미국 성인의 반 정도가 위아래 치아 모두가 상실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여 년 전만 해도 65세 이상의 노인의 절반 정도가 위·아래 중 한쪽이 치아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더 옛날에는 더 심했겠지요. 그러니 그 옛날에는 치아가 상실된 사람들에게 18세경 나오는 사랑니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요? 사랑니가 치아의 본래 씹는 기능을 하는 마지막 치아였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치의학이 발전하고 구강관리가 개선돼서 대부분의 치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기능하는 현대 사회라면 사랑니의 존재가 어떨까요?
사랑니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니의 존재가치와 사용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랑니가 아닌 앞의 치아가 제 기능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랑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니는 맨 안쪽에 있다 보니 칫솔질을 해도 접근이 어려워 잘 안 닦이게 됩니다. 그러면 치석 등의 치면세균막 제거가 어려워서 충치와 잇몸의 염증도 잘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는 현대인들은 교근이 약해져서 턱이 갸름해집니다. 사랑니가 아닌 치아들도 나올 자리가 모자라서 삐뚤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맨 마지막에 나오는 사랑니가 똑바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니가 비뚤게 누워 나면서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음식물이 껴서 충치와 염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랑니는 다 뽑아야하는 걸까요? 사랑니에 충치가 있으면 다른 치아에도 충치가 번집니다. 사랑니가 똑바로 잘 나와서 잘 씹는 경우와 비교적 접근이 잘 돼서 관리가 될 수 있고 충치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치료해서 쓸 수 있습니다. 사랑니가 옆으로 누워 있고 어금니를 흡수하는 상황의 환자에게 매복된 사랑니를 뽑자고 했습니다. 뽑고 났더니 전에는 증상이 없던 그 앞의 어금니가 시리고 흔들렸습니다. 반대로 옆으로 누운 사랑니 때문에 그 앞의 어금니의 충치가 심해져서 뽑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빨리 사랑니를 뽑아야 합니다. 뼈 속 깊이 매복돼 있어서 환자가 아무 불편감이 없다면 뼈를 깎아 내고 사랑니를 조각내서 뽑아야 하는 힘든 수술을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사진을 찍어 보면서 병적인 변화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사랑니를 뽑으면 사각턱이 갸름해질 수 있냐고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랑니와 사각턱은 관련이 없습니다. 사랑니가 앞의 치아를 밀기 때문에 앞니들이 삐뚤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앞니가 삐둘어지는 것은 모든 치아들이 평생 가운데를 향해서 움직이려는 힘을 받기 때문이지 사랑니 때문에 치아가 삐뚤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간단한 사랑니 발치는 그리 고민할 일은 아닙니다. 잘 나와서 기능을 잘하고 충치가 없고 관리가 잘 된다면 굳이 뽑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심하게 매복된 사랑니는 발치 시 조직의 손상, 두려움과 때로는 앞의 치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치과의사와 상담 후 득실을 생각해서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지정현은 누구?
지정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외래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죽전 스마트치과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죽전 스마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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