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미 ‘턱밑’ 진출 노렸다
아프리카 말리와 무기 밀착
‘나토국’ 튀르키예 잠입까지
온라인에 대거 유출된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문건에는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와 아프리카뿐 아니라 미국의 ‘턱밑’인 카리브해 지역까지 진출하려 하고 있으며, 무기 확보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 영토에도 침투했다는 첩보가 담겼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문건은 와그너그룹이 중미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에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갱단의 폭력으로 극심한 치안 공백 상태를 겪고 있는 아이티 정부에 와그너그룹이 갱단을 소탕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와그너그룹은 또 지난 2월 우크라이나와 말리 전장에서 사용할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에 잠입했다.
문건은 아시미 고이타 말리 임시 대통령이 “와그너그룹을 대신해 튀르키예에서 무기를 구입해주겠다”고 말한 내용도 담고 있다. 말리를 통한 ‘무기 우회 수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WP는 “튀르키예 정부가 이 논의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실제 계약이 성사됐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했을 수 있다는 이번 폭로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도 폭발적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가 무기 구입을 ‘대리’해주겠다고 나선 점도 아프리카에서 와그너그룹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NYT는 “기밀문건에 따르면 와그너그룹은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군사정권에 대한 물밑 지원에 나서는 등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치열한 세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현행법은 쿠데타로 집권한 해외 군부에 대한 군사 지원을 금지하고 있지만, 물밑 지원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에 확산하고 있는 지하디스트 세력은 물론 와그너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 견제에 나선 것이다. 와그너그룹은 말리 외에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 최소 아프리카 6개국과 계약을 맺어 용병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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