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음주운전 사망사고’ 스쿨존 추모 발길…“나쁜 어른, 제대로 벌받게 할게”

강정의 기자 2023. 4. 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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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같아서 눈물만…” 배모양이 만취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진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앞 현장에 배양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하굣길에 추모 공간에 들른 여중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식이법 생겨도 계속 발생”
안타까움에 찾은 주민 분통
또래들 편지도 수북이 쌓여
만취 상태 60대 운전자 구속

“나쁜 어른이 꼭 제대로 벌 받게 할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테니 넌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해야 해.”

10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길가에는 국화꽃과 인형, 사탕, 젤리, 과자, 음료들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배모양(9)이 사망한 현장이다. 수북이 쌓인 꽃다발에는 애도와 추모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음주운전을 한 사람을 꼭 처벌해줄게.” “음주운전 없는 세상 만들게!” “노력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천국에서는 편하게 지내렴.” 현장에서 만난 대전 한밭초 5학년 최서준군은 “이곳에서 사고로 다친 친구들이 꼭 낫길 바라고, 하늘나라로 간 친구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인근 아파트 거주자 김모씨(40대)는 “ ‘민식이법’이 생겼어도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자식 또래의 아이가 하늘나라로 간 것이 남의 일로 느껴지질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언니·오빠들의 글들이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사고 현장에 놓여 있다. 강정의 기자

사고 당일 6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하면서 길을 걷던 배양뿐 아니라 다른 9∼12세 어린이 3명도 다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배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이날 오전 찾은 배양의 빈소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50)는 배양의 오빠(26)와 영안실에서 입관 전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나온 뒤였다. 생전에 딸이 좋아했던 인형을 끌어안고 빈소로 오다 딸과 같은 반 친구의 어머니를 보고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배양 친구의 어머니는 “항상 밝고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하는 활발한 아이였다”며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2~3주 전 마지막으로 조카를 봤다는 배양의 삼촌은 “사고 발생 약 4시간 뒤 ‘조카에게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외상센터 앞에 여동생이 서 있는 걸 보고 ‘이게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운전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대전지법은 10일 오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가 도망갈 우려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A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오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다”며 “유가족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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