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계약서 거부하면 강의 안 줘"…제주대, 강사 해고 압박
국립대인 제주대학교에서 일하는 한국어 강사 20여 명이 집단으로 해고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학교 측이 초과 근무 수당을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새로 쓰라고 하면서 거부하면 강의를 안주겠다고 한 겁니다.
함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4년 전부터 제주대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한 김민정씨는 이번 학기에는 강의실 대신 학교 정문에 홀로 서 있습니다.
지난 2월, 학교는 이곳에서 일하는 강사들에게 새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원래 3만원 대 시급을 받았는데 여기서 6000원 정도를, 기존에 없던 항목인 수당으로 쪼개놨습니다.
월급은 똑같은데, 일부를 수당으로 받는 셈입니다.
강의 외 근무에 대한 수당 문제를 사실상 제기할 수 없게 계약서를 만든 겁니다.
서명을 거부하자 학교는 해고를 하겠단 취지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주대 관계자 : 못 하시겠다고 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저희는 대체 강사를 공개 채용으로 뽑겠습니다.]
해당 강사들은 계약서상 1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노동자입니다.
주휴수당이나 연차도 없고 기간제법 대상도 아니라 2년 넘게 일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습니다.
강사들은 "수업 준비 시간이 필요해 계약보다 보통 2배 수준의 일을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을 더 해도 월급은 똑같고, 대부분 낮은 임금에 시달립니다.
[김민정/제주대 한국어강사 : 일한 만큼 받으면 되거든요. 정당한 보수를 받아야 된다라는 게 제 입장이라서…]
일부를 제외하면, 다른 대학의 강사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제주대 측은 "강사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계약 내용을 조율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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