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높아진 게임 업스케일링…축복인가 저주인가
[IT동아 권택경 기자]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이 그래픽 성능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자 게임 업계의 업스케일링 기술 의존을 경계하는 반응들도 나온다.
업스케일링은 화상의 해상도를 원본보다 높여주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을 활용해 부족한 화소를 채워 넣는다. 과거에는 TV와 같은 영상 분야에서 저해상도 영상의 화질을 개선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임 업계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엔비디아가 지난 2018년 처음 내놓은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다. DLSS는 인공지능 딥 러닝을 활용해 화면 해상도를 끌어올린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다른 그래픽 칩세트 제조사들도 구현하는 방식이나 작동 조건, 결과물 품질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유형의 업스케일링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AMD는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 인텔은 XeSS(Xe Super Sampling)를 내놓으며 엔비디아의 DLSS와 업스케일링 기술 경쟁 중이다.
게임 업계가 최근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비교적 저해상도의 화상에 업스케일링을 적용해 고해상도로 바꾸는 게 처음부터 고해상도 화상을 그려내는 것보다 컴퓨터 자원을 덜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리 높지 않은 컴퓨터 사양으로도 고해상도 화상을 구현할 수 있다.
게임에서 업스케일링 기술은 현재 하드웨어 수준으로는 실시간으로 구현이 어려운 최신 그래픽 기술 도입을 앞당기기도 한다. ‘패스 트레이싱’을 업데이트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사이버펑크2077’ 사례가 대표적이다. 패스 트레이싱 혹은 풀 레이 트레이싱은 현실 세계에서의 빛의 움직임을 모사해 사실적인 빛과 그림자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패스 트레이싱은 실시간으로 처리하기엔 연산량이 많아 그동안은 3D 애니메이션 등 영상에서만 활용됐다. 게임에서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기술로 여겨지는 레이 트레이싱이 주로 활용됐지만 업스케일링 기술 발전으로 사이버펑크2077과 같은 최신 주요 게임에도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실제 엔비디아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DLSS 없이 패스트레이싱만 적용했을 때는 초당 16 프레임까지 내려가는 등 사실상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모습이었지만, DLSS를 적용하자 초당 100프레임 이상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물론 업스케일링 기술이 만능은 아니다. 부정확한 처리로 인해 화면에 잔상이나 잡티 등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등 기술 발전으로 이러한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실보다 득이 훨씬 커졌다. DLSS 3.0이나 FSR 3.0과 같은 최신 버전에서는 화상과 화상 사이에 새로운 화상을 끼워 넣는 ‘프레임 보간’까지 지원해 더 부드러운 화면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러한 업스케일링 기술이 오히려 최근 PC 게임들의 잦은 성능 최적화 문제의 원흉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6개월만 따져봐도 ‘칼리스트 프로토콜’,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포스포큰’, ‘와일드하츠’ 등이 그래픽 품질 대비 지나치게 높은 사양을 요구하거나, 고사양 컴퓨터에서도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등 최적화 문제로 이용자들 불만을 샀다. 이처럼 최신 게임들이 최적화 문제를 자주 겪는 게 나쁜 최적화를 DLSS와 같은 업스케일링 기술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 이용자는 “DLSS와 FSR은 신의 선물인 동시에 저주”라는 글에서 “DLSS는 저사양 PC에서도 높은 프레임 수치를 얻거나, 최신 그래픽 기술을 더 높은 프레임 수치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환상적 도구”라면서도 “지난 4~5년 동안 게임 업계의 저주이기도 했다. 많은 개발사가 최적화를 간과하고 DLSS 사용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실제로 일부 게임 개발사가 이러한 업스케일링 기술에 의존하는 태도를 직접 드러낸 사례도 있다. 게임 '아토믹하츠' 개발사 먼드피쉬의 CEO 로버트 바그라투니는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데누보 사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DLSS가 데누보로 인한 성능 손실을 만회해줄 수 있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데누보는 게임 성능을 저하시키기로 악명 높은 불법복제 방지 솔루션이다.
최근 게임 업계의 업스케일링 기술 의존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이를 나쁜 최적화 원흉으로 지적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게임 최적화 문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셰이더 컴파일(그래픽 효과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과정)은 업스케일 기술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레딧 이용자는 “업스케일링은 높은 픽셀당 셰이더 연산 비용 문제만 해결해주고 나머지 문제에는 효과는 없거나 미미하다”면서 “업스케일링의 이점을 최대로 누릴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그건 오히려 잘 최적화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게임 업계의 업스케일링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러한 업스케일링 기술을 통한 그래픽카드 제조사 차별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엔비디아의 DLSS는 지포스 RTX 시리즈에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최신 버전인 DLSS 3.0은 최신 제품인 RTX 40에서만 지원한다. AMD의 FSR이나 인텔 XeSS는 별도 제한을 두지는 않았지만 자사 제품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모든 게임이 처음부터 모든 종류의 업스케일링 기술을 충실히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 개발사들은 종종 특정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협력이나 후원 등을 이유로 해당 그래픽카드 업체의 업스케일링 기술만 지원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지난해 출시된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플래그 테일: 레퀴엠’은 각각 FSR과 DLSS만 지원했다. 어떤 게임이 어떤 그래픽카드 개발사의 업스케일링 기술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해당 제조사의 그래픽카드가 아닌 다른 개발사의 제품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차별받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게임 그래픽 분석 전문 매체 디지털 파운드리의 알렉스 바타글리아는 최근 PC 게임들의 최적화 문제 해결을 위해 오히려 업스케일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모든 제조사의 기술을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스케일링 기술을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어떤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후원을 받고 있는가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제조사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한 이용자를 차별할 마땅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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