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탁신 일가의 부활
유명한 형제 정치인들은 역사에 많다. 포에니 전쟁의 명장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외손자인 그라쿠스 형제는 로마 공화정 때 개혁의 아이콘이었다. 끝은 좋지 않았다. 형은 자영농 토지 분배를 밀어붙이다 암살당했다. 뒤이어 호민관이 된 동생도 귀족들의 반발을 사 최후를 맞았다. 미국의 케네디가(家) 삼 형제도 대중의 환호 속에 지도자로 떠올랐지만,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은 암살당했다. 막내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대선 도전에 실패했다.
▶태국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일가는 벌써 세 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2001년 탁신에 이어 2008년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 2011년엔 여동생인 잉락이 총리로 선출됐다. 유례가 드문 일이다. 탁신의 인기가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세 명 모두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탁신은 수사를 받고 해외로 떠돌아 다니는 처지다.
▶그런데 탁신의 막내딸 패롱탄 친나왓이 제1 야당의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라고 한다. 잉락이 2014년 실각한 지 9년 만에 다시 탁신가(家)의 총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6세로 곧 출산을 앞둔 패롱탄은 아버지 명예 회복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탁신의 정책 노선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탁신 가문이 오뚝이처럼 되살아나는 이유는 농민·서민층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탁신은 화교 출신이다. 증조부는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아버지는 국회의원을 지냈다. 탁신은 경찰로 일하다 미국 유학 중 사업가로 변신했다. 태국 경제 호황기 때 이동통신 사업 등에 진출해 10년 만에 재벌로 성장했다. 정계에 입문한 그는 대중에게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외쳤다. 농민·서민·지방에 대한 지원을 통한 빈곤 탈출 정책을 폈다. 수도 방콕에만 집중된 예산을 지방으로 돌리고 농가 부채 상환을 연기했다. 또 전 국민에게 월 30바트(1100원) 의료보험료를 지원했다. 그런 탁신에게 농민·서민들은 몰표를 던졌다.
▶하지만 탁신의 정책은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받았다. 잉락은 국제가보다 높게 쌀을 의무 수매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가 10조원 가까운 국고를 낭비한 혐의로 기소됐다. 쿠데타 정권은 탁신을 탈세와 비리의 상징으로 낙인찍으려 했다. 탁신은 “재임 전후 내 재산은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한다. 탁신에 대한 태국 국민의 호불호는 명확히 갈린다. 탁신 일가에서 4명째 총리가 나와 태국의 구원 투수가 될지, 또 다른 실패가 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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