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1등급 숲 파괴하고 골프장?…환경부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늘(10일) 밀착카메라는 지리산국립공원 근처에서 수십년 된 나무 수천 그루가 잘려나가고 있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곳인데요. 생태 가치가 높아서 환경부가 지정한 보전구역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지리산입니다.
울창했던 숲에서 수십년 된 나무를 베고 있습니다.
4월 5일자 식목일. 전남 구례에서 펴낸 신문의 1면입니다.
구례군이 축구장 210개 크기의 골프장을 1000억원을 들여 만들겠다고 썼습니다.
골프장 땅에 와보니, 지금도 잘라낸 나무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서있는 이곳엔 밑동이 잘려나간 소나무가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소나무. 나이테를 세어봤습니다.
[정태준/'모두를 위한 생태연구소' 연구원 : 나무 지름이 70㎝ 가까이 되고. 나이테 세어보니까 50년생 정도.]
이 지역은 생태 가치가 높아 잘 보전해야 한다고 환경부가 지정한 곳입니다.
[정태준/'모두를 위한 생태연구소' 연구원 : 현재 위치가 화살표 있는 곳이고요. 진한 녹색이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입니다.]
숲이 파괴되면서 이곳에 살던 동물도 터전을 잃었습니다.
곳곳에선 멸종위기종의 흔적이 보입니다.
[하정옥/'추적자학교' 대표 (포유류 전문가) : 돌 위에 똥을 놓는다는 것은 족제비과 특징인데. 수달이 맞습니다. 담비는 잡식이라서 (배설물에) 털이 많이 나올 때가 있고 식물성 위주로 나올 때가 있는데 열매껍질 같은 게…]
21만 제곱미터가 잘려나갔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산 주인은 나무를 팔려고 계속 벌목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 관계자 : 산주가 일을 줘서 수확 벌채를 하는 건데, 4월 30일까지.]
산림청도 재선충을 예방하겠다며 소나무 수백 그루를 벴습니다.
[굴착기 운전기사 : {소나무를 자르면 어디로 가는 거예요?} 파쇄하는 거예요. 재선충이라서 반출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소나무 밑동에 흰색 종이가 붙었습니다.
제가 몇 걸음만 옮겨봐도 이렇게 많은 나무가 베어졌습니다.
또 주변 곳곳에 천막도 보입니다. 잘라낸 나무에 농약을 뿌린 뒤 덮어놓은 겁니다.
주민들은 숲을 지켜달라고 말합니다.
[한정례/전남 구례군 : 친환경이라고 하는데 왜 친환경을 안 하고 위에다 골프장을 하려고 그래.]
지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고, 골프장이 인허가를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도 거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구례군청 산림경영팀 : 수입을 위해서 하셨거든요. (산 주인이) 친환경 벌채 조건에 맞춰서 들어오신 거라.]
환경부는 나무가 잘려나가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 : 개별 인허가 과정에서 어떻게 다룰지를 자연환경법에서 정할 순 없고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 저희는 생태·자연도 작성만 맡고 있습니다.]
이곳은 생태적인 가치가 높아 잘 보존해야 하는 1등급 숲입니다.
골프장을 짓겠다는 지자체. 재선충병을 막겠다는 산림청. 지도만 만든다는 환경부.
그래서 숲은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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