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같아진 얼굴에 모두 '헉'"…이성경, 일기까지 쓰며 '사랑말'에 몰입[TEN인터뷰]
"어두운 캐릭터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표현"
"김영광과 사귄다? 케미 응원해주려 나온 말일 것"
"내 연기 바보 같이 느껴질 때 많아"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역대급 기아 수준이었죠. 감독님이 처음에 조명을 그늘지게 했다가 너무 해골 같이 나온다며 그늘지지 않게 바꿀 정도였어요."
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우여곡절 많은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이성경은 이같이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심우주(이성경 분)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한동진(김영광 분)이 사랑이 빠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로맨스. 전작 드라마 '별똥별' 촬영에 이어 거의 곧바로 '사랑이라 말해요' 촬영에 돌입해 이성경은 쉴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인생 내내 불행을 안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탓에 몸무게가 극심하게 줄었다.
"'별똥별'을 잘 소개하고 잘 마무리짓기도 해야했고 이 작품에서 우주를 잘 만나 잘 연기하고 싶기도 해서 신경 쓸 게 많았어요. 스케줄적으로도 컨디션적으로도 힘든 게 겹쳐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좀 심했어요. 보는 사람들이 모두 '헉' 하더라고요.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적응하니 괜찮아졌어요. 우주를 만나고 우주에 점점 스며들면서, 처음엔 긴장했지만 나중엔 좋은 것만 남더라고요."
우주는 패기 넘치고 깡 있는 인물. 어린 시절 아빠의 외도를 목격하고 하루아침에 행복을 잃은 우주에게 남은 것은 복수심이었다. 아빠의 불륜 상대와 그 아들인 동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진이 운영하는 회사 최선전람에 입사한다. 자신의 인생이 흔들렸던 것처럼 동진을 불행으로 밀어 넣으려 애쓸수록 동진을 향한 우주의 마음은 일렁인다. 이성경은 "우주는 대본으로만 보면 세보이지만 실은 여리고 복수란 건 할 줄 모르는 친구"라며 "감독님은 우주가 날카롭고 뾰족한 두부라고 했다"고 전했다.
"밝은 캐릭터를 하다가 어두운 캐릭터를 하게 됐다고 일부러 음울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죠. 우리가 슬픈 일이 있어도 농담도 하면서 살아가잖아요. 편안하게 흘러가듯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주가 살아가는 순간 순간에 집중하고 싶었죠."
이성경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일기를 써봤다고 밝혔다. 우주가 복수의 대상과 사랑에 빠져버리는 감정선이 묘한 인물인 만큼 이성경은 "우주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그 인물이 되어 일기를 항상 써봐요. 우주는 공감할 만했어요. 우주는 순수하고 단순하고 아이 같아요. 복수를 하겠다곤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허술한 친구죠. 통쾌하고 시원한 복수극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도 했어요. 조마조마했죠. 우주가 처한 상황까지 몰입해서 봐야할텐데 싶었는데 시청자들이 우주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줘서 감사했어요."
이성경은 상대역 김영광과 마찬가지로 모델 출신 연기자. 이성경은 "오빠와는 20대 초반부터 알았고 서로 장난치는 사이지만 현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나. 오빠도 저도 멀찍이 있었고, 서로 굳이 따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광이 파트너로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니 저도 몰입됐어요. 파트너를 잘 챙겨주는 배우에요. 저도 하면서 어렵고 힘들고 지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안 챙겨주는 것 같으면서도 묵묵하게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을 다 챙기더라고요. 배울 점이 많았죠. 현장에서 작은 신 하나하나 고민해요. 누가봐도 잘할 것 같은 장면인데도 거듭 고민하고 감독님에게 찾아가 얘기를 나누더라고요. 허투루 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구나 했죠. 반성했고 많이 배웠어요."
두 사람의 서정성 깊은 연기에 감독은 사귄다는 오해가 나올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사랑이라 말해요' 기자간담회에서 이광영 감독은 "편집실에서 김영광과 이성경이 사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영광과는 오래된 사이인 만큼 억지스러운 게 없어서 좋았어요. 감독님이 1~2부 편집하면서 둘이 같이 있기만 해도 사귀는 것 같다고, 편집실에서 둘이 케미(호흡)가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사귄다고) 오해 받을 것 같다며 편집실이 난리라더라. 요즘엔 작품을 다 찍어놓고 공개하니 찍을 때 반응을 볼 수 있는 게 유일하게 편집실인 거죠. '서로 째려보고 하는데 뭘 그렇겠냐'고 하면서 안 믿었어요. 응원해주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하하."
2008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수상해 모델로 데뷔한 뒤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성경. 연기한 지 어느덧 10년이 돼간다. 현재는 한석규, 안효섭 등과 SBS 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를 찍고 있다.
"저는 아직 제가 새내기 같아요. 10년이 됐다니, 그럼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요즘 느끼는 건 연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에요. 쉬운 게 아니구나,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 느껴요. 그때마다 한석규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을 떠올리며 힘내요. '내 연기가 바보 같이 느껴질 때가 맞는 거다. 내 연기가 잘한다고 느껴지면 배우 인생은 끝이다'라고. 선배님에게 '너무 너무 바보 같이 느껴지면 사부님 어떡해요?' 그러기도 했어요. 하하.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밖에 안 들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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