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PO] '차세대 MVP' 이정현, 판을 뒤집었다. 캐롯 5차전에서 현대모비스 제압. 4강에서 KGC와 격돌

[울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너는 기량발전상이 아니라, MVP를 받아야 돼."

김승기 고양 캐롯 감독은 시즌 내내 팀의 주전가드 이정현을 자극했다. 더 강한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며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했고, 때로는 따뜻한 칭찬의 말을 선물했다. 자신이 조련하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의 타고난 자질을 믿었다. "기량발전상이 아니라 MVP를 받아야 해"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머지않아 KBL리그를 이끌어가는 특급 가드로 성장해 MVP에 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정현은 그런 김 감독의 믿음에 200% 부응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전성현이 거의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캐롯이 힘겹게 4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캐롯은 1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PO 5차전에서 77대71로 승리하며 3승2패로 4강에 올랐다. 이정현은 3점슛 2개 포함, 24득점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한 디드릭 로슨(30득점-13리바운드)과 함께 팀 승리를 이끌었다.

1쿼터는 시소게임 속에 현대모비스가 근소하게 앞섰다. 프림이 골밑에서 6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캐롯은 로슨이 골밑을 책임졌지만, 외곽포가 잘 터지지 않았다. 1쿼터에 12개를 시도해 2개밖에 넣지 못했다. 20-17로 현대모비스가 앞섰다.

2쿼터는 캐롯이 압도했다. 쿼터 시작 후 김강선의 3점포로 동점을 만든 캐롯은 이정현의 2점슛으로 22-20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특유의 강력한 압박과 트랩 수비로 4개의 가로채기를 성공하며 현대모비스 공격 작업의 맥을 끊어냈다. 여기서 얻은 기회를 곧바로 로슨에게 연결해 골밑을 공략하고, 이정현이 야투로 화력을 지원했다. 결국 캐롯은 전반을 41-30으로 마쳤다.

3쿼터에 현대모비스 서명진이 폭발했다. 계속 끌려가던 현대모비스는 4분43초를 남기고 터진 서명진의 3점슛을 기점으로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서명진은 2분25초를 남기고 또 3점을 넣었다. 3쿼터에만 10득점. 현대모비스는 48-56으로 한 자릿수 점수차로 4쿼터를 맞이할 수 있었다.

4쿼터 초반 프림이 골밑에서 연달아 5득점하며 순식간에 53-56으로 점수차를 좁혔다. 4쿼터 7분14초 프림의 페인트존 점퍼로 59-58 역전. 김태완의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61-58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6분28초를 남기고 결국 아끼고 아낀 전성현 카드를 가동했다. 전성현이 에너지를 불어넣은 것일까. 침묵하던 캐롯의 3점포가 이때부터 터졌다. 최현민의 3점슛으로 61-61을 만든 캐롯은 로슨의 3점포까지 터지며 64-61로 다시 뒤집었다. 로슨과 이우석이 2점을 주고 받은 뒤 전성현이 드디어 3점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림에 못 미쳤다. 다행히 골밑의 로슨이 받아 2점슛으로 만들었다. 3점차가 계속 이어졌다.

캐롯이 70-69로 쫓기던 경기 막판 전성현의 3점포가 드디어 터졌다. 전성현은 종료 1분53초 전, 정면에서 스크린 뒤로 돌아 빠르게 3점슛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공이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막판 73-69, 4점차를 만든 상당히 의미가 큰 3점포였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이 급하게 작전타임을 불렀다.

하지만 캐롯 쪽으로 이미 분위기가 넘어갔다. 작전타임 이후 날린 프림의 3점포가 무산됐고, 캐롯의 공격. 로슨이 골밑에서 2번의 시도 끝에 2점슛을 성공하며 75-69를 만들었다. 남은 시간은 58.5초. 프림이 2점슛으로 따라붙었지만, 30초를 남기고 이우석이 스틸 이후 다시 턴오버를 범하며 공격권을 내줬다. 캐롯 한호빈의 3점슛이 빗나갔지만, 로슨의 리바운드 후 전성현이 침착하게 2점슛을 넣어 종지부를 찍었다.

캐롯은 오는 13일 정규리그 1위 안양 KGC를 상대로 4강 PO에 돌입한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