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씨도 안 바뀐 탄소중립 계획, 여론수렴 요식 행위였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10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축소 조정한 것이 핵심인 지난달 21일 발표된 정부안이 바뀌지 않았다.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설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지하면서 산업 부문 감축률만 14.5%에서 11.4%로 낮춘 정부안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반대 의견을 냈는데도 정부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정부안 발표 후 진행된 각계 간담회나 여론수렴 절차는 결국 요식 행위에 그쳤다.
탄녹위는 정부안 발표 다음날 대국민공청회를 연 뒤 일주일 새 청년·시민사회·과학기술계 토론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부안이 산업 부문의 감축 부담을 풀어준 점, 2030년까지 감축분의 75%가량을 윤석열 정부 이후로 돌린 점 등에 대한 비판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자 탄녹위가 의견수렴 기간을 2주 연장했지만, 여론수렴 후 수정·보완 계획을 내놓겠다던 탄녹위 입장은 빈말이 됐다.
법정 시한에 임박해 정부안을 내놓고 의견수렴에 나선 것부터 ‘졸속’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에 귀를 닫은 채 정부안을 마련한 것은 일방통행식 결정일 뿐이다. 이 기본계획은 1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뒤 국회 기후특위에 보고될 예정이다. 국회 심의마저 요식 절차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야는 시민사회 의견수렴을 패싱한 정부안을 진단·분석해 제대로 된 탄소중립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번 기본계획은 한국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향해 처음 내놓은 정책 방향이자 이행 계획이다. 기후위기를 헤쳐나갈 중요한 시금석이다. 그런데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에 앞서 계획 수립 절차부터 어긋났다. 의견수렴이 무시된 계획이 공감과 지지를 얻을 리 없다. 정부 스스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정부 초안보다 성과를 낼 수정안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탄녹위 인적 구성부터 각계 의견수렴이 가능하도록 새 틀을 짜야 한다. 탄소중립은 반쪽짜리, 졸속 계획으로 첫 단추를 끼울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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