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암 백신’ 소식

오창민 기자 2023. 4. 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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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를 형상화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암은 여전히 무섭다. 과거에 비해 치료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진단받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어도 그렇다. 한국에서만 하루 평균 226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아도 재발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 암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 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암과 심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을 예방·치료하는 백신이 2030년까지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제약회사 모더나의 최고의학책임자(CMO) 폴 버튼 박사는 한발 더 나가 “모든 종류의 질병 영역에 대한 백신을 5년 정도 안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튼 박사 말대로 소아암이나 혈액암 등을 예방·치료하는 백신이 수년 안에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암과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르지만 인간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우리 몸은 기억력이 좋아서 한 번 맞서 싸운 바이러스는 잊지 않고 재빨리 항체를 만들어 낸다. 병에 걸리기 전에 연습용으로 몸에 투입하는 약한 바이러스가 바로 백신이다. 암은 그러나 자기 세포가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라 기존 바이러스 백신 방식으로는 예방이 안 된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면서 백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예전 같으면 10~20년 걸리는 연구와 실험이 1~2년 새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암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체내에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넣는 방식이 아니라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투입한다. 암세포 특유의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를 환자에게 투여하면, 몸의 면역체계가 암을 숙지해 건강한 세포는 놔두고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암 환자별로 치료제도 만들 수 있다. 환자의 암세포 유전자를 분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컴퓨터로 설계해 환자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지금까지 683만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인류는 코로나19와 싸우면서 암 정복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음이 있으면 양도 있다. 암 백신 상용화 소식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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