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함 대신 자리 뜨고 스마트폰 보고... 발언자들만 '연설 경연'

박세인 2023. 4. 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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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첫날인 10일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치열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발언대에 오른 28명의 의원들의 '연설 경연'을 보는 듯했고, 지켜보는 의원들도 자리에서 졸거나 책을 읽는 등 집중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동시에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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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 위한 전원위원회 첫날 풍경
난상토론 대신 준비한 원고 읽으며 진행
시작 때 205명에서 끝날 땐 69명만 남아
책 읽거나 잡담, 조는 등 무관심한 모습
10일 제1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의석이 거의 비어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 논의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날 전원위원회는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수 등 선거제도 전반에 걸친 개선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첫 회의였으나, 개의 3시간이 지난 오후 5시경 전체의원 299명 중 55명만이 참석해 그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고영권 기자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첫날인 10일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치열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전에 신청한 의원들이 개인당 7분씩 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난상토론보다는 준비해 온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발언대에 오른 28명의 의원들의 '연설 경연'을 보는 듯했고, 지켜보는 의원들도 자리에서 졸거나 책을 읽는 등 집중하지 않았다. 약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인원도 개회 당시 205명에서 산회 당시 69명으로 크게 줄었다.

발언자들은 생중계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다양한 비유를 활용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판하면서 "편법까지 동원한 제1당(더불어민주당)은 불공정한 선거제를 바탕으로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절대반지’를 낀 듯 폭주기관차처럼 국회의 전통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현 정치 상황을 '고장난 컴퓨터'에 비유하면서 "수많은 난제와 갈등이 산적하지만 우리 정치는 기득권에 안주해 고장난 컴퓨터처럼 버퍼링만 계속하고 있다"고 성찰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동시에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발언자들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원론적인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진표(오른쪽)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발언을 지켜본 다수 의원들은 회의 중 자리를 뜨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전원위원회 개회 당시 의장단을 제외하고 205명(민주당 136명, 국민의힘 63명, 비교섭단체 6명)이 앉아 있던 국회 본회의장은 15번째 발언이 진행되던 오후 4시엔 66명(민주당 31명, 국민의힘 29명, 비교섭 6명)으로 줄었다. 전원위가 산회한 시점에는 69명으로 다소 늘었는데, 국민의힘(36명) 의원이 민주당(27명)보다 많았다.

여야 지도부도 회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후 3시 이전 자리를 비웠다. 이 대표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강원특별법 개정지원을 위한 포럼에 참석했고, 잠시 조는 모습을 보이던 김 대표도 결국 자리를 떴다. 여야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자리를 비웠다가 전원위가 끝나기 전에 돌아와 있었다.

일부 의원들이 자당 의원들이 발언을 마칠 때 "고생했다" "잘했다" 등을 외치며 동료 의원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다수 의원들은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의원들도 하품을 하거나 꾸벅꾸벅 졸았다. 책을 읽거나 주변 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의원들도 있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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