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음주운전이 빚은 참극…일회성 단속 안된다

정기 단속 현실적 한계
"형량 상향등 처벌 강화
"사고 미연에 방지해야"

지난 8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초등생 4명을 덮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일 사고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최은성 기자

'민식이법'도 대낮에 벌어진 음주운전 앞에서 소용없었다.

대전경찰청은 부리나케 대낮 음주단속 계획을 세웠지만 이미 스쿨존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 음주차량이 어린 여아의 목숨을 앗아간 뒤다. 물리적 여건에 봉착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일회성 대낮 음주단속보단 관련 규제 강화를 통한 강력한 '한 방'으로 이 같은 참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조만간 지역 내에서 대대적인 대낮 음주단속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지역에서 발생한 배승아(9)양의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대낮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다만 이번 단속 역시 일회성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대낮 음주단속이 정기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선 다수의 경찰 인력을 동원돼야 하는데 투입 인력 대비 단속률이 현저히 떨어져서다. 대낮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미 야간 음주단속에 일부 인력이 할당된 상황 속에서 대낮 음주단속에까지 별도의 인원을 편성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대낮 음주단속 시 나타날 차량 정체도 문제다. 음주단속을 실시할 경우 차량 정차에 따라 차량 정체가 발생하는데 대낮에 단속을 벌이게 되면 교통의 원만한 흐름에 크나큰 지장이 생긴다.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은 오후 9시부터 야간 음주단속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대낮 음주단속을 정기적으로 벌이게 되면 인력 자체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가 오가는 시간대라 교통질서와 단속에서 크나큰 혼란이 이뤄질 수 있다"며 "대낮에 행해지는 음주운전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단속률과 인력, 교통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음주단속 비중이 야간에 치우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쿨존을 대상으로 한 대낮 음주운전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복합적인 이유로 대낮 음주운전을 단속할 수 없다면 보다 강한 처벌을 앞세워 안타까운 참사를 조기에 방지해야 한다는 거다.

그나마 이달 중 스쿨존 내 음주운전과 관련된 처벌이 강화될 예정이지만 이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월 제122차 전체회의를 통해 스쿨존 내 음주운전 적발 시 최대 징역 4년, 음주 측정 거부 시 최대 징역 2년, 어린이 사망 시엔 최대 징역 8년을 선고하는 등의 기준안을 마련했다. 해당 기준안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4일 최종 의결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스쿨존 음주운전 처벌치고는 여전히 솜방망이라는 주장도 적잖다.

한 지역대학 A교수는 "민식이법이나 윤창원법처럼 높은 형량이 뒤따르면 범죄 억지력도 상당히 향상됐다. 물론 일부 부작용도 발생했지만 스쿨존을 대상으로 한 음주운전은 형량을 강화하더라도 크나큰 논쟁의 소지가 없을 것"이라며 "정기적인 대낮 음주단속이 현실적인 여건상 어렵다면 미국처럼 음주 사고가 빈번한 식당 근처에 잠복했다가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