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옛 도청 터 활용 수 년째 공회전…‘졸속추진’ 우려도
[KBS 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지금은 경북도청이 경북 안동과 예천에 걸쳐 경상북도에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 도심에 있었던 것,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대구는 조선시대 말 부터 백 년 가까이 '경북도청 소재지'였기 때문입니다.
경북도청이 떠나간 지 8년, 대구 북구 산격동에 남은 14만여 ㎡의 땅은 아직 대구시청사 별관 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터를 놓고 대구시는 국립근대미술관, 그리고 뮤지컬콤플렉스 등 문화예술의 전진 기지로 조성할 것을 공론화해왔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치 않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시청 별관이 시청 신청사로 이전한 뒤 옛 도청 터를 개발해야 하는데, 여전히 이 공간을 시청 공무원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시청 별관, 그러니까 시청 산격청사에는 현재 대구시 공무원의 65% 정도가 일하고 있습니다.
시청이 옛 두류정수장 터로 이전하지 않으면 시청 별관으로 쓰이고 있는 옛 도청 터 또한 개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대구시청 이전은 왜 지지부진할까요?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초 시청 신청사 건립기금이 천 7백억 원까지 조성됐지만 권영진 전 시장이 코로나 손실 보상금 등으로 4백억 원만 남기고 다 써버려 지을 돈이 모자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두류정수장 터 전체의 57%를 매각한 돈으로 신청사를 짓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신청사가 대폭 축소될 처지에 놓이자 대구시의회는 신청사 설계용역 예산 130억 원을 전액 삭감해 버립니다.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겁니다.
시청 이전과 옛 도청 터 개발이 답보 상태에 머물자 대구시는 또 한 번 시민들을 놀라게 하는 제안을 합니다.
지난 5일이죠.
애초 계획을 바꿔 대구시는 문화예술허브 공간을 옛 도청 터가 아니라 달성군 대구교도소 터에 조성할 것을 대구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했습니다.
대구교도소는 현재 위치한 달성군 화원읍에서 달성군 하빈면으로 2019년 이전한다고 홍보했다가 KBS의 보도로 드러난 '배수시설 미비'로 준공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수관로를 낙동강으로 빼내는 작업이 녹록치 않자 이번에는 아예 대형 정화조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립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아닌 임시 방편인데다, 연말 이전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옛 도청 터 활용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입니다.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신청사를 지을 이유가 없다는 홍 시장의 주장에 따라 홍 시장 임기 안에 신청사 이전이 어렵게 되자, 대구시가 국책사업인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을 옛 도청 터에서 달성군 대구교도소 터로 황급히 바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옛 도청 터에 대한 활용방안도 올 상반기 안에 내놓겠다고 했지만 정책총괄단과 문화체육관광국 등 관련 부서는 아직 전체 윤곽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시청 신청사 이전과 숱한 용역을 거쳐 도출한 옛 도청 터 활용 방안 모두 멈추게 됐습니다.
반면 대구시가 문화예술허브 공간을 교도소 터로 바꾸겠다는 구상에는 시민 공론화 과정이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민들이 대구의 주인인 만큼 도시의 큰 틀을 바꾸는 과정에는 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이 터의 백년대계를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 하는 행정에 시민들은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곽근아입니다.
그래픽:김지현
곽근아 기자 (charter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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