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가 불러준다면 언제든'...만 38세 MVP는 계속 달린다
(MHN스포츠 용산, 권수연 기자) "제가 필요하다면 뛰겠습니다"
10일,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도드람 2022-23시즌 V-리그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번 시즌 남녀부 정규리그 MVP는 남자부 대한항공 한선수와 여자부 흥국생명 김연경이 각각 수상했다.
한선수는 31표 중 최다 득표수인 19표(한선수 19표, 레오 6표, 정지석 4표, 허수봉, 임동혁 각 1표)를, 김연경은 31표 중 31표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됐다.
'원클럽맨' 한선수는 대한항공에만 16여년을 몸담아왔으며 단연 국내 최고 세터로 손꼽힌다. 올 시즌 성적은 정규리그 세트 부문 평균 9.86으로 부문 3위, 챔피언결정전 기준 세트당 11.83을 기록했다.
만 38세의 한선수는 지난 2015-16, 2018-19, 2019-20시즌에 베스트7 세터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규리그 MVP로는 남자부 세터 최초로 수상 기록을 남겼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MVP를 수상하며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팀인 대한항공은 올 시즌 26승 10패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특히 22-23시즌은 컵대회까지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본식을 마친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한선수는 "우승을 해서 기뻤는데, 부가적인 MVP 트로피 같은 것은 선수들을 대표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그간 남자부 정규리그 MVP 수상 기록은 아웃사이드 히터,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 등의 전유물이었다. 여자부에서는 이효희가 2013~15년에 걸쳐 2회 수상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남자부의 세터 MVP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최고령 수상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후배 세터들이 닮아가야 할 정석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대해 한선수는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젊은 선수들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실패라는 생각을 없애라, 과정이 있고 그 과정으로 인한 성공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끝까지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3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대한항공은 남자부 '항공왕조'를 열었다. 만일 한선수가 추구하는 4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하면 새로운 역사를 또 한번 경신하게 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날개 공격수와 더불어 세터의 조합, '삼각편대'의 파워가 중심으로 꼽힌다.
한선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잘 될 때는 모두가 다 잘 돌아가지만, 안될 때는 강한 의지로 팀을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힘든 순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팀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아울러 그는 "퍼센테이지(%)로 따질 수는 없지만 세터가 중요한 위치다, 리시브가 좋지 않은 것을 정확하게 토스해야하는 것이 세터의 위치다, 잘 된 리시브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안 좋은 공도 토스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의무감 또한 잊지 않았다. 한선수는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더불어 지난 해 발리볼챌린저컵 등에서 국가대표팀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기량 하략이 찾아오면 그 어떤 백전노장 베테랑이라도 고심 끝에 태극마크를 자연스럽게 반납하는 날이 찾아온다. 하지만 아직 기량이 최정상에 올라있는 한선수의 입장은 달랐다.
한선수는 "제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대표팀에서) 뛸 의향이 있다"며 "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와야겠지만, 제가 정말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면 그만큼 영광스러운 것은 없다, 다만 지금 무릎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인데 그래도 최대한 도와주러 가고는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라이벌로 삼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라이벌에 대해 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나만의 배구, 나만의 토스를 보면서 왔다, 배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나 자신이 가장 큰 라이벌이다, 다만 후배중에는 언제든 좋은 세터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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