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꾼들이 전하는 나쁜 놈들 이야기… 묘하게 빠져드네
분야별 전문가·예능인 이야기꾼 변신
친구와 이야기하듯 사건·사고 되짚어
‘꼬꼬무’ 물꼬… 방송사마다 줄줄이 편성
범죄 예방 효과 등 이로운 점 많지만
흥미 위주 변질·피해자 2차 가해 우려
말을 잘하는 사람(이야기꾼)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달하는 공연(놀이)은 방송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소재다. 여기에 방송가는 단순한 흥미 위주 이야기에다가 시사나 교양 등 지식을 더해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예능 프로그램’으로 변형해 내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범죄나 사건·사고 등을 다루는 범죄 스토리텔링 예능으로 변형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야기꾼도 전직 형사나 법의학자, 프로파일러 등 해당 분야 전문가와 더불어 배우, 예능인 등 다양한 사람을 활용하고 있다.
KBS2도 최근 여기에 동참했다. 지난달 29일 신규 예능 프로그램 ‘과학수사대 스모킹건’을 내놓은 것. 교묘하게 진화하는 범죄의 현장 속, 범인을 가리키는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건과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수사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과학수사의 중요성과 역할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 안현모와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방송인 이혜원, 경찰공무원 출신 범죄학자 김복준, 대검 심리분석실장 방철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수영장 둘째 딸 사망 사건(1회), 쌍둥이 동생 살인 사건(2회) 등에서 나타난 범행 증거, 사용된 과학수사 기법 등을 설명한다. SBS와 채널A가 사건·사고 등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KBS는 범행 현장에 집중해 ‘과학수사’와 ‘범행 증거’를 다룬다.
이 밖에 E채널 ‘용감한 형사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풀어파일러’도 올해 시즌2를 맞은 범죄 스토리텔링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범죄’와 ‘사건’, ‘사고’라는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범죄 등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로운 점이 있지만, 자극적인 소재에만 집중한다거나 모방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범죄나 사건, 사고 등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야기로 대중이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는 소재”라며 “다만 범죄 등을 다루다 보면 너무 극단적이고 네거티브(부정적인)한 면이 과장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스토리텔링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고 몰입감을 만드는 데 효과적인 장치로, 거기에 ‘범죄’라는 관심사를 더한 것”이라며 “다만 최근 비슷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면서 참신성이 떨어지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소재를 또 다루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단순히 흥미 위주로 범죄 등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아픔을 겪었던 피해자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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