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항모 `대만포위` 무력 시위하자...美 이지스함, 中 인공섬 접근

미 7함대 이지스 구축함, 태평양서 중국 함대에 맞불 훈련
중국, 실탄 탑재 폭격기로 대만 중요 목표 공격 연습

남중국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이지스 구축함 USS 밀리우스호.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0일에도 태평양 패권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훈련 최종일인 이날 실탄을 탑재한 폭격기를 동원해 모의 타격 연습을 하는 등 무력 과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도 이에 맞서 남중국해에 중국이 설치한 인공섬에 이지스 구축함을 접근시켜 '맞불 훈련'을 진행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실탄을 탑재한 H-6K 폭격기가 조기경보기, 섬멸기, 교란기의 지원 하에 대만의 중요 목표를 가상해서 수차례 모의 타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중앙TV는 "공군이 수십 대의 전투기로 대만해협과 대만섬 남북 양단에서 지속적으로 전투 대비 순찰과 진격을 했다"면서 "로켓군은 해상 이동 목표물 타격을, 해군 구축함은 적 함정 공격과 해상 봉쇄 등을 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훈련에는 항공모함 산둥함도 참가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산둥함에서 이륙하는 함재기의 영상을 공개했다.

8일부터 진행된 이번 훈련에서 산둥함은 미국 등 외부의 지원을 저지하고, 대만을 봉쇄하는 역할을 연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군사문제 전문가 장츠는 10일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서 "산둥함이 유사시 미군 등의 개입을 견제하는 임무를 시뮬레이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중국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의전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한 데 거세게 반발하며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직후 시작된 이번 훈련도 대만 지도부 요인 제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주요 시설 및 이동 목표물 정밀타격이 포함된 높은 무력시위로 진행됐다.

미국은 훈련 첫날인 8일부터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했다. 미 국무부는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을 "과잉대응의 구실로 삼지 말라"고 중국에 경고했다.

이어 10일 이지스 구축함을 남중국해에 중국이 설치한 인공섬에 접근시켜 훈련을 진행했다.

한반도와 대만, 남중국해를 포함한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7함대는 이날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이지스 구축함 USS 밀리우스(DDG 69)가 스프래틀리 제도 인근 남중국해에서 이른바 '항행의 자유'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미스치프 암초 12해리(약 22㎞) 안에서 수행됐다.

7함대는 "밀리우스는 썰물 때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미스치프 암초가 국제법상 영해를 지닐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스치프 암초에 인공섬을 설치하고 주변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온 중국은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미사일 구축함 밀리우스는 중국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의 중국명)의 메이지자오(미스치프 암초의 중국명)에 인접한 해역에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불법 침입했다"고 성토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날 대만 주변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무력 시위 강도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