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정부, 데이터 결합 확대 시도…사회적 약자 낙인·차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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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2021년 보조금을 거짓으로 타내는 '가짜 수급자'를 걸러내기 위해 서로 다른 공공 데이터를 결합하는 '내셔널 프라우드 이니셔티브'(NFI)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범죄 예방과 추적, 범죄자 체포와 기소,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진 부채 회수 등 업무에도 여러 정부 부처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했다.
정부의 데이터 결합 능력 확대가 시민들의 평등권과 개인정보 보호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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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보조금 ‘가짜 수급자’ 차단 위해
공공 데이터 결합 활용 넓히려다
다양한 비판 쏟아지자 작년 철회
인권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빈민·장애인·이민자 등 취약층
어떤 일 닥칠지 예측 어려워 공포
개인정보 활용 투명성 전제돼야”
영국 정부는 2021년 보조금을 거짓으로 타내는 ‘가짜 수급자’를 걸러내기 위해 서로 다른 공공 데이터를 결합하는 ‘내셔널 프라우드 이니셔티브’(NFI)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범죄 예방과 추적, 범죄자 체포와 기소,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진 부채 회수 등 업무에도 여러 정부 부처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을 놓고 3개월에 걸쳐 시민단체, 정보인권단체, 학계, 민간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정책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이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데이터 결합 능력 확대가 시민들의 평등권과 개인정보 보호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끈 정보인권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의 로라 라자로 카브레라 법률책임과 톰 피셔 선임연구원을 지난 2월6일 런던에서 만났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전투에선 이겼지만 전쟁에서 이긴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데이터 결합 능력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시도가 여전히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정부와 민간 기업의 데이터 결합 활용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낙인 효과나 차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카브레라 책임은 맨체스터 지역의 한 장애인 단체의 보고를 소개하며 “정부가 설정한 알고리즘이 ‘허위 보조금을 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해 경고문을 받은 장애인이 있다. 당사자 쪽에서는 정부의 이런 판단 때문에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예측하기 어려워 큰 공포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피셔 연구원은 “이는 정부가 시민 개개인을 타자화(ailienate)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첨단 예측 기술이 약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카브레라 책임은 이어 “특히 영국은 ‘빈곤층 낙인’이 다른 나라보다 심하다”며 “국민보건서비스(NHS)와 내무부, 법무부, 교육부 등이 데이터를 서로 공유한다면, 영국 내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이민자나 난민 등이 취약한 위치에 내몰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이 강제 추방을 우려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거나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면, 공중 보건이나 아동 보호 측면에서까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데이터 결합 능력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높은 수준의 투명성 확보를 강조한다. 피셔 연구원은 “많은 경우에 시민들이 자신의 데이터가 들어 있는 블랙박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블랙박스로 인해 차별적인 정책 집행이 이뤄진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민간 기업에도 공공 데이터 결합 활용의 문을 더 넓게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과연 이런 데이터 공유가 정보 주체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위험성은 없는지 등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활용을 거부하기가 민간 서비스보다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피셔 연구원은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나 메신저 서비스와 달리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는 개별 시민이 이용을 거부하기 어렵다. 취약 계층일수록 공공서비스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런던/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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