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시공사 폐업에… 정자교 책임소재 ‘안갯속’

오상도 2023. 4. 10. 19: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5일 2명의 사상자가 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4차 방정식과 같은 실타래를 풀면서 결론을 내리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준공된 정자교는 설계·시공을 맡은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폐업을 거쳐 사명을 바꾸면서 경찰이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부실시공과 작업자들의 무책임한 대응에서 화재가 비롯됐다며 업체가 아닌 현장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자료 확보·관계자 소환 난항
전담팀 구성해 시행사 LH 등 조사
이천 관고동 병원 화재 준용 방침

지난 5일 2명의 사상자가 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4차 방정식과 같은 실타래를 풀면서 결론을 내리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준공된 정자교는 설계·시공을 맡은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폐업을 거쳐 사명을 바꾸면서 경찰이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역시 전·현직 성남시장들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힘들고, 법 시행 전인 지난해 1월 이전 관리 부실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어려워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수사 전담팀은 최근 압수수색을 거쳐 성남시와 분당구의 안전점검 관련 문서들을 포괄적으로 확보했다. 분당구청 공무원과 점검업체 관계자들도 잇달아 소환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인근 전봇대가 쓰러져 난간과 인도가 무너져 있다. 성남=최상수 기자
반면 설계·시공 문건을 확보하고 관계자를 소환하는 데는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자교를 비롯해 ‘이상 징후’를 보이는 불정·수내교를 설계했던 삼우기술단이 자금난으로 1995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공을 맡았던 광주고속은 건설 부문이 세 차례나 사명을 바꾸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폐업을 거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시행사인 한국토지공사가 주택공사와 합병해 만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관련 기록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전담팀을 구성해 추적하고 있다. LH가 분당 정자동에서 경남 진주로 본사를 이전했고, 정자교도 완공된 지 30년이 지나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설계·시공 서류를 확보해야 시뮬레이션을 거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은 지난해 8월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시 관고동 병원건물 화재의 사례를 준용할 방침이다. 당시 경찰은 부실시공과 작업자들의 무책임한 대응에서 화재가 비롯됐다며 업체가 아닌 현장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경찰이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둔 첫 중대시민재해 적용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피해를 본 사고가 시설물 부실 관리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지자체장을 비롯해 책임자들이 처벌받도록 했지만 이 법은 지난해 1월 시행돼 이전부터 쌓여온 부실 관리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자교 등 탄천교량의 관리주체는 시장이 아닌 분당구청장이며, 안전점검 예산 삭감 등의 책임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신상진 시장이 아닌 전임 시장들에게 지워질 수 있다. 안전점검 결과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도 책임을 가릴 대목이다. 신 시장은 최근 “보고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성남시의회 등에 따르면 2021년 성남시 관내 20개 다리의 정밀점검에는 교량마다 800만원 남짓 지출됐고, 지난해 정기점검에선 170개 교량·육교·지하보도에 개당 27만원이 쓰였다. 올해 성남시 본예산은 3조원이 넘는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