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범죄 온상인데…‘퐁당마약’은 왜 가중처벌이 안 됩니까 [이슈+]

이희진 2023. 4. 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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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2)씨가 마약을 처음 접한 건 2017년이다.

A씨는 "그때 이후 마약을 찾게 됐다"며 "마약이 삶을 뒤덮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고 한탄했다.

A씨는 본인 의지와 관련 없이 처음 마약을 접했다.

퐁당마약이 악질적인 건 마약음료 사건처럼 성범죄나 협박 등 2차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범죄 피해자도 추후 마약의 수렁텅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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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2)씨가 마약을 처음 접한 건 2017년이다.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실제로 모텔에서 만나게 됐는데, 상대방은 A씨에게 다짜고짜 “누워보라. 기분 좋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눈을 감아보라는 상대방 말에 눈을 감았다. 머지 않아 눈을 떠보니 A씨 팔엔 주사기가 꽂혀있었다. 필로폰이었다. A씨는 “그때 이후 마약을 찾게 됐다”며 “마약이 삶을 뒤덮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고 한탄했다.

A씨는 본인 의지와 관련 없이 처음 마약을 접했다. 이처럼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를 은어로 ‘퐁당마약’이라고 부른다. 최근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도 전형적인 퐁당마약 범죄였다. 마약음료 사건을 계기로 퐁당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퐁당마약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엔 이 같은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상태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의 한 학원 출입문에 미확인 음료 및 간식 주의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를 내세우며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수를 건네는 마약음료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길모씨가 마약 음료를 강원도 원주의 자택에서 만들었고, 이는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음료 건넨 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주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 사실을 신고하겠다”며 협박전화를 했다. 이들은 1명당 500만원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범죄를 보이스피싱 조직이 퐁당마약 수법을 활용해 벌인 신종 범행으로 보고 있다.

퐁당마약이 악질적인 건 마약음료 사건처럼 성범죄나 협박 등 2차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범죄 피해자도 추후 마약의 수렁텅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로 유명해진 한 프로골퍼 B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엑스터시를 스스로 복용하면서 동료여성에게도 숙취해소제로 속이고 투약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유상희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가 2019년 내놓은 ‘한국 여성의 마약류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검찰의 조건부 기소유예 프로그램에 참여한 136명의 여성 중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마약을 타의로 시작한 경우가 17명이나 됐다. 100명 중 12명은 자신도 모른 채 마약에 중독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퐁당마약을 가중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마약류관리법상 투약죄로 처벌을 하는 게 최선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지난 7일 퐁당마약 행위를 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유 의원은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마약을 투약하게 하는 행위의 경우 마약 투약을 통한 신체적·정신적 피해 외에도 이를 이용한 협박을 통한 금품 갈취, 성범죄 등 2차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행위를 가중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섭취하게 하는 행위 및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범죄행위를 근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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