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안중근·윤동주·문양목 유해 봉환도 추진”…‘미스터 션샤인’ 황기환 100년만의 귀환
황기환 지사 해외 이주 109년, 순국 100년만에 독립된 한국땅 밟아
박민식 "안중근·윤동주·문양목 유해 봉환도 추진"…‘미스터 션샤인’ 황기환 100년만의 귀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역의 실존인물 황기환 애국지사는 10일 대한항공 KE086 편에 실려 순국 10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황기환 지사는 1904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간 지 119년 만이자, 1923년 미국 뉴욕에서 서거한 지 100년 만에 독립된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된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착륙장에 발을 디딘 장철우 전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는 황 지사의 묘를 발견하고, 한국으로 봉환하기까지 노력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뉴욕 한인교회에 2005년에 부임했습니다. 거기 주소록을 보니 70~80년 전에 온 교인들이 많이 돌아간 상태였지요. 그래서 이분들의 무덤을 찾다가 ‘대한인 황기환’이라고 쓰인 묘지를 찾게 됐습니다. 영어로 쓰인 수천 개의 묘지 중 한국말로 쓰인 묘지를 발견하는 순간 너무 감격했습니다."
장 목사는 황 지사 묘지 발견 순간을 이같이 회상했다. 그는 "오늘 이 분을 모시고 조국 땅을 밟게 돼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첫 영접행사 당시 바람이 무척 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감격스러워서 가슴이 뜨거웠지요. 오늘 이렇게 훌륭한 애국선열들의 얼이 잠든 곳에 모시게 돼 고인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감격스럽습니다."
이어진 봉환식 행사에서는 황 지사의 공적 소개 영상이 먼저 상영됐다. 이윽고 국방부 의장대가 황 지사의 유해를 봉환식장으로 운구해 제단에 안치했고, 박 처장과 각계 대표, 정부 초청인사 및 학생 대표들이 함께 분향을 했다. 특히 그동안 후손이 없어 무적(無籍)으로 남아있던 황 지사의 가족관계등록 창설이 최근 완료됨에 따라, 이날 박 처장이 직접 가족관계등록부를 헌정했다.
황 지사는 일제강점기 조선민사령 제정(1912년) 이전 독립운동을 위해 국외로 이주해 대한민국의 공적서류상 적(籍)을 한번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보훈처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위치한 서대문구를 주소지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헌정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관으로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적극 펼친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가족관계등록부 헌정 이후에는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삽입곡 중 조국 광복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의 의미를 담은 메인 OST ‘좋은날’을 편곡한 트럼펫 연주가 울려퍼졌다. 공연 후에는 모든 참석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부 의장대가 황 지사의 유해를 독립유공자 제7묘역으로 봉송했고, 대전현충원장 주관 하에 안장했다.
유해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데 맞춰 각 군으로 구성된 국방부 의장대는 20명씩 양쪽으로 도열했다. 분향 제단이 마련된 바로 앞에는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부)의 기가 나부꼈다. 임시정부에서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황 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의장병들은 절제된 행동으로 하기한 황 지사의 유해를 제단으로 안치했다. 정부를 대표해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을 대표해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이 각각 분향했다. 박 처장은 분향 후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세찬 바람이 부는 비행장에서 바람을 가릴 수 있는 구조물도 하나 없었지만, 누구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한국땅을 밟기까지 100년을 기다려온 황 지사의 기다림에 비하면 비행장의 바람은 한낱 미풍에 불과했다.
분향 후에는 황 지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국장이 헌정됐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황 지사에게는 지난 1995년 추서된 바 있다.
이어 황 지사의 유해를 대전현충원으로 봉송하기 위해 운구차량으로 다시 운구가 이뤄졌다. 박민식 처장, 이종찬 이사장, 윤주경 의원 등 참석자들도 운구 대열을 따라 이동했다. 이들은 운구차량이 경찰차량의 선도를 받아 현충원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흐트러짐 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100년을 기다린 황 지사의 첫 대한민국 귀환 행사는 10분 만에 끝나고, 대전 현충원으로의 운구가 다시 시작됐다. 대전 현충원으로 운구된 황 지사의 유해는 성대한 봉환식 행사를 맞이했다. 박 처장과 더불어 각계 대표, 광복회원, 학생, 정부 초청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봉환식이 진행됐다.
박 처장은 황 지사 봉환에 대한 기쁨보다 송구하고 면구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만시지탄이지만, 10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모실 수 있게 돼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법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 국내법상 황 지사의 유족이 없다는 점을 우리가 입증해야 했다. 그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2번이나 미국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고 그간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로 황 지사 순국 100년은 넘기지 말자고 강조했다. 100년이 넘어가면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다라는 각오로 반드시 봉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 결과 올해 초 미국 측과 아주 큰 틀의 합의를 이뤄 황 지사를 모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귀환하지 못한 애국지사와 독립투사들의 봉환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 처장은 "정부는 앞으로도 안중근 의사, 문양목 지사, 윤동주 지사 등을 비롯한 이역만리에 홀로 외로이 잠드신 영웅들의 유해를 마지막 한 분까지 독립된 조국으로 모셔오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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