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5번째 MVP' 김연경, 현역 연장 의지 밝혀…"다른 구단과도 협상 중"
[한남동=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V-리그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수상 소감과 함께 현역 연장 의지, FA를 맞은 소감을 함께 전했다.
김연경은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김연경은 31표 중 31표를 받아 2018-2019시즌 흥국생명 소속이었던 이재영 이후 V-리그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MVP가 됐다.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2007-2008시즌, 2020-20221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데 이어 개인 통산 5번째 영예다.
올 시즌 김연경은 라운드 MVP에만 네 차례 선정되는 등 정규리그 득점 5위(669점-국내 1위), 공격종합 1위(성공률 45.75%), 리시브 효율 8위(46.80%), 디그 10위(세트당 3.713개)에 올랐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도로공사에 '리버스 스윕 우승'을 내주며 통합 우승이 좌절됐지만, 준우승도 김연경의 MVP 수상을 막을 순 없었다.
김연경은 "다섯 번째 수상이라는 것과 만장일치라는 점이 영광스럽다. 올시즌 돌이켜보면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팀 선수분들과 스탭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팀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5번째인지는 잘 몰랐다. 예전에는 서브상, 스파이크상 같은 상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상이 줄었지 않나. 제 포지션에 많은 선수들이 뛰기도 하고. 그래서 더 뜻깊은 상인 것 같다. 그리고 정규리그 1위를 하면서 받아낸 상이기 때문에 다른 MVP보다 뜻깊게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생중계 소감 때 '장난을 치고 싶은데 공식적인 자리라 어렵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고자 했다. 도로공사 선수들이 '우린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3차전에서 정대영 선수가 발목이 돌아갔는데 다시 일어나는 걸 보면서,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에 역시 베테랑 선수들의 정신력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도로공사 선수들이)다들 날아다니지 않았나. 힘든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올해 FA임과 동시에 현역 연장 여부를 두고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생중계 소감에서 "앞으로 선수생활을 더 할지 말지 결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더 하게 된다고 하면 앞으로 좀 더 정상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FA) 가능성이 열려있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들이 됐다. 적응이 덜 힘들 수 있는 팀을 잘 선택해서 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굳혔음을 타진했다. 그는 "지금 현재 선수로 조금 더 뛰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과도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적응이 덜 힘든 팀'이 어떤 팀인지 묻자 "팀 얘기는 말씀을 못 드릴 것 같다. 다만 올 시즌 통합우승을 놓쳤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갈망이 조금 더 커진 것 같다. 통합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선택하려고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 2월 인터뷰에서 은퇴 가능성을 언급했던 김연경의 마음이 바뀌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연경은 "은퇴 생각을 올 시즌에만 한 건 아니다. 사실 은퇴를 직접 언급하기보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이 크게 보도되면서 당황스럽기도 했었다"며 "가족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아직은 아니다'라는 얘기도 해 주시고, 큰 부상이 있다면 은퇴에 대한 고려할 부분이 커지는데, 아직은 괜찮기도 하다. 몸 컨디션이나 퍼포먼스가 아직까지는 괜찬하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얘기들을 많이 듣다보니 현역 연장을 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흥국생명에 거는 기대가 그렇게 크진 않았다. 오기전에 6등 팀이었고 제가 와서 이 팀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사실 우승에 대한 얘기는 많이 안 했었다. 근데 정규리그 우승하니까 챔프전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통합우승을) 놓쳐서 타격이 오는 것 같다. 통합우승의 의미가 얼마만큼 큰지 다시금 느낀 것 같다. 절실함을 한 번 더 느끼면서, 어렵겠지만 다시 한 번 (통합우승에)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절친'인 김수지 등 좋은 선수들이 FA로 많이 풀리는 것에 김연경은 "몇몇 선수들과 같이 가서 뛰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제 결정이 중요한 것 같아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원하는 비전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배구를 원하는지도 중요할 것 같다. 또 샐러리캡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제약이 많다. 어떻게 구단들이 운영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 대우를 포기할 생각도 있을까. 김연경은 "저는 가능하다. 제 조건을 낮추고서라도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된다고 하면 가능하겠지만,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내가 낮춰서 받으면서까지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는 게, 제가 감내할 수 있는 것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다"고 밝혔다.
전 구단에서 연락이 모두 오지는 않았다고. 김연경은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오지는 않았다. 샐러리캡 문제도 있고, 전 구단에서 다 올 줄 알았는데 다 오진 않았다"고 웃어보였다.
'대어'인 김연경이 먼저 움직여야 FA 시장이 활발히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그래서 저를 덜 고려하는 팀들에게는 미리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해놓은 상태다. 그쪽도 1옵션이 있고, 2옵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본단자 감독님도 '아직 실력이 좋으니 다시 나갈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긴 하셨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한국에서 있고 싶다고 했다. 팬 분들과 함께하는 게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보통 V-리그 FA 계약기간이 3년인 것에는 "지금 3년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1년씩 생각하고 있다. 소속구단에 3년이라는 규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역생활이 3년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1년씩 해보려고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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