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 배후 혐의' 부부 측 "7000만원, 이경우에게 호의로 준 돈"

기사내용 요약
경찰, 부부→이경우로 '범행자금' 흐름 의심 중
"인출된 건 맞지만…베푼 돈" 착수금 의혹 부인
이경우 '범행 제안' 자백에도 "웃어넘겼을 것"
원한관계도 일축…"2021년 갈취 사건 때 말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남 납치·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씨의 아내 황모씨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1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박광온 기자 = '강남 납치·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측은 이경우(36)에게 범행 착수금조로 7000만원을 줬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어려운 사정을 호소해온 이경우에게 준 '금전적 호의' 성격이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가상화폐(가상자산) 투자실패로 인한 원한관계가 범행 동기라는 경찰 수사 내용에 대해서도 부부 측이 피해자에게 악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재력가 부인 황모씨 측 변호인은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황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검사는 범죄 착수금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주는 사람이 어딨느냐. 미쳤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경우가 지난해 9월 황모·유모씨 부부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여기에 동의한 부부가 범행 자금 명목으로 착수금 2000만원을 포함해 7000만원을 줬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부인 황씨의 계좌에서 7000만원의 현금이 인출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이경우의 배우자 계좌에 현금이 수백만원씩 반복적으로 입금된 것을 확인했고, 이를 공모의 증거로 판단해 전날 황씨에 대해서도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황씨 측 변호인은 "인출은 맞는 것 같다. 액수도 그정도 되는 것 같다"고 자금 흐름은 인정하면서도, 돈의 성격에 대해선 범행과 무관한 금전적 지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부부 측은 수사 초기 이경우가 자신들로부터 범행자금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일종의 선의의 도움"이라며 2021년 9월 3500만원을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돈이라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이경우의 법률사무소 사무장 취업도 이들 부부의 소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변호인은 '이경우가 어려움을 호소해 준 돈이란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마도. 돈을 줬다고 하면 100% 그럴 가능성이 높다"며 "왜냐면 두 부부가 호의를 베푼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호의로 도와줬을 뿐이다. 성의를 베푼 것"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부부에게 범행을 제안했다고 이경우가 자백한 것에 대해서도 "(부부 입장에선) 펄쩍 뛰지 않겠나.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거나 과장인 줄 알고 웃어넘기지 않겠냐"며 "내가 화가 난다고 '걔를 죽여야겠다'고 하면 (곧바로) 범죄로 가느냐.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범행 뒤 이경우의 부인을 통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이경우가 체포된 뒤에는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경찰은 범행 직후인 지난달 31일 이경우가 A씨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쇼핑백에 담아 부인에게 줬고, 이경우가 체포된 뒤 그 부인이 황씨에게 쇼핑백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의 부인으로부터 지난 3일 남편 유씨와 만난 자리에서 부인 황씨가 자신에게 전화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대해 부부 측 변호인은 31일 "숨기려고 했다면 공개된 장소에서 만날 필요가 있을까"라며 "폐쇄회로(CC)TV가 있고 와글와글한데 백화점 커피숍에서 만나겠느냐"고 지적했다.

A씨와의 가상화폐(가상자산) 투자 실패 원한관계 의혹도 반박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A씨의 권유로 투자한 P코인이 폭락한 뒤 책임소재를 놓고 민형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갈등 관계를 빚은 것을 범행 동기로 판단했다.

변호인은 "2020년 A씨(를 통해 투자한) 코인 피해는 1억원 밖에 안 됐고, 그때 비트코인에 더 많이 투자했는데 다 받지 못했다. (피해액이) 10억이 넘는다"며 "(비트코인) 걔네를 타깃으로 하지 뭐하러 피해자 1억(손해를)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A씨와 이경우가 투자자들을 대동하고 2021년 3월 유씨 부부가 묵던 강남구 한 호텔을 찾아가 금품을 빼앗은 사건에 대해서도 "이경우의 (당시) 피의자 심문조서를 보면 A씨는 당시 (투자자들에게) '왜 이러니, 흥분하지 말고, 이래서 해결되겠냐'고 했다고 한다"며 "그걸 보고 황씨가 악감정을 갖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황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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