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감청 공세에… 대통령실 "동맹 흔드는 세력, 국민저항 직면"

김미경 2023. 4. 10. 18: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와 상황 정리후 합당한 조치"
尹, 방미 앞두고 악재 차단나서
野 "주권침해… 단호한 조치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김미경기자

윤석열(얼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불거진 미 정보당국의 우리 정부 도·감청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명백한 주권침해'로 규정하고, 우리 정부에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조치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10일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중앙정보국(CAI)이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을 도·감청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밀 문서에 한국 정부의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부를 논의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 전 비서관이 살상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거론했고, 김 전 실장은 '한미정상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한국 정부를 감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리 정부도 발칵 뒤집혔다. 윤 대통령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며 "즉각 미국 정부에 진위와 기밀 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서 우리 국민께 한 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도 진상조사가 안 돼 있는 상태"라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규명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조만간 국회 정보위원회를 소집해 현안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야당에서 (정보위 소집) 요청이 들어왔다"며 "논의해서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례를 살펴 대응하겠다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대통령실도 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미국 정부 측과 상황을 정리한 뒤 필요할 경우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사실 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우리는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은 한미동맹 간에 형성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한미동맹에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서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유출된 자료 대부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특정 세력의 의도개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1~15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하는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외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일각에서 용산 이전으로 보완설비가 미흡해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는 "대통령실 청사 보안 문제는 이전할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고, 지금도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의 보안이나 안전은 오히려 청와대보다 용산 대통령실이 더 안전하다. 보안이나 안전 부분은 청와대보다는 용산이 훨씬 더 탄탄하다"고 반박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