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냉탕·온탕` 오가는 부동산 통계

이미연 2023. 4. 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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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 신고기간 30일인데
주간단위 발표 시세반영 못해
효용성 의문에 '폐지론' 대두
주택수요자 사이 혼란만 가중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이미연 기자
출처 한국도시연구소

지난달 말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 서울 강동구 아파트 가격이 42주만에 올랐다. 25개구 중 유일하게 0.01% 상승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주인 4월 초 강동구의 변동률은 -0.07%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해당 지역 집주인들은 "이제야 집값 하락 터널을 빠져나가나"라는 기대를 했다가 되려 실망의 폭을 키워야만 했다.

반대로 '집값 바닥'을 기다리던 강동구 주택 수요자들은 2주 전 반등한 지수에 허탈해하다 지난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섣불리 매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잠깐 반등했다 다시 하락하자 '여기서 더 떨어질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대세 하락장 속에서 일주일 단위로 나오는 집값 통계도 오락가락하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물론 개개인의 의사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주택시장 통계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주간 아파트 시세를 내놓은 곳은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R114 등 3곳. 매주 시세를 조사해 발표한다.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30일이라 주간단위 공표가 시세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표본과 방식도 달라 부동산원 조사에서는 하락한 곳이 KB시세에선 오른 곳으로 발표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통계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해당 통계의 효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주택통계 지수검증위원회'에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가격 동향 발표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업계 및 학계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한 이 날 회의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동향 조사 발표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 통계 발표의 개편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새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 정권의 주택통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뒤 감사원은 3월 말까지 통계청과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 등 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질감사를 실시했다.

실거래가와 호가의 경계가 모호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가 공공과 민간에 의해 동시에 공표되면서 호가 위주 통계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는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공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기반이 되는 가격은 실거래가격과 일명 '부르는 값'인 호가(부동산중개인에게 물어본 가격)가 혼재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R114 등 민간에서 생산하는 지수의 가격 역시 호가에 가까워 객관적인 가격대로 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주간 주택가격 통계의 등락 여부에 따라 주택수요자들의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작년 말에는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어디가 바닥인가'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높지만 거래는 '절벽'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매매가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그나마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규제를 풀자 올 1분기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거래 정상화 수준까지는 거리가 먼 상황이기 때문에 주간 통계로 집계되는 소수의 거래가 전체 시장 흐름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곳 혹은 두 곳의 단지에서 급매나 상승(하락)거래가 마치 해당 지역의 전체 가격흐름으로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 차례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 매매가격지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통계의 '공표주기가 짧다'는 부분과 '신뢰할 수 있는 가격(표본)'이냐는 부분인데 정부는 주간 동향을 폐지하지 않고 표본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최근 국회에서도 주간 통계에 대한 지적이 또 나왔다. 지난 2월에 열렸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아파트 거래량이 많지 않아 주간 단위 가격지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원희룡 장관은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혼돈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동향 지수 폐지 및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한 월간동향 지수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뢰성 제고를 위해 주택가격 통계는 통계청으로 이관해 통계 생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해당 통계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객관적인 평가과 검증을 거쳐야한다는 지적과 함께다.

한국도시연구소는 '2022년 실거래가'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통계 문제는 전문적인 분야지만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에 주택가격 변화가 정책 성패의 기준으로 평가되면서 가격지수의 크기와 변화방향, 지수 작성 주체, 신뢰성 등이 정치적인 쟁점이 됐다"며 "주택통계가 가격 변화를 제대로 대표하는지, 만약 왜곡됐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 관련 비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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