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정윤정 욕설 방송, 방심위 의결 보류...왜?
방심위는 1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윤정이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며 짜증을 내고 욕설까지 한 현대홈쇼핑의 ‘캐롤프랑크 럭쳐링 크림’ 1월 28일 방송분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9인 위원들은 정윤정의 욕설 방송이 여론의 큰 비판을 부른 엄중한 사안이고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으나 앞선 전례들과의 형평성에 맞는 의결을 고민했다. 현대홈쇼핑은 이달 초 정윤정에 대해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무기한 출연 정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초 방심위 광고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경고’와 ‘관계자 징계’를 함께 의결했다. 그러나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정씨를 영구퇴출한 현대홈쇼핑의 사후조치, 과거 비슷한 제재 사례 등이 거론됐고, 한번 더 관련 내용들을 짚어보기 위해 의결을 미뤘다. 9인 위원들은 ‘과징금’ 1명, ‘관계자 징계 및 경고’ 5명, ‘경고’ 2명, ‘주의’ 1명의 의견을 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된다.
김우석 위원은 “모든 규제는 형평이 필수인데 지나치면 맹목적 화풀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사안이 엄중한 것은 맞지만 욕설한 진행자는 방송사가 섭외한 쇼호스트가 아니라 협력사가 섭외했다”며 관계자 징계 없이 ‘경고’ 의견만 냈다.
김 위원은 “매주 방송사와 공식 계약을 맺은 진행자의 막말과 가짜뉴스를 심의해왔지만 행정지도를 해왔고 가뭄에 콩나듯 법정제재를 해왔는데, (쇼호스트가) 대상도 없이 말한 욕설과 가짜뉴스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 반문하며 “가짜뉴스로 형이 확정된 분이 방통위원에 추천됐는데 이런 건 외면하고 개인 일탈에 과한 처벌을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연주 위원장은 “관계자 징계와 경고 의견 내신 광고소위 위원님들의 제재 수위에 대해 ‘맹목적 화풀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은 2020년 5월 TBS FM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에 영화감독 황병국씨가 출연해 욕설했으나 방심위 4기에서 행정지도에 그쳤던 전례가 있었면서 ‘주의’ 의견을 냈다.
허연회 위원도 “공영방송에서 욕설하고 행정지도 의결이 됐는데, 홈쇼핑에서 욕한 후 관계자 징계와 경고가 나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욕설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가 매우 미흡했다. 여러 번 사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다 놓쳤다”고 지적하면서도 “과거 사례를 좀 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일단 의결을 보류하겠다”고 했다.
인기 쇼호스트 정윤정은 지난 1월 28일 현대홈쇼핑 생방송에 출연해 화장품을 판매하던 중 “XX”이라고 욕설을 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퍼져 뭇매를 맞았다. 당시 제작진이 정정을 요구하자 정윤정은 “정정할게요. 방송 부적절 언어 뭐했죠? 까먹었어. 방송하다 보면 제가 가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해서 죄송하지만 예능처럼 봐주세요. 홈쇼핑도 예능 시대가 오면 안되나”라고 황당한 반응을 보여 화를 불렀다.
논란이 커지자 정윤정은 뒤늦게 SNS에 “처음에는 저 스스로가 인지조차 하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께서 잘못을 지적해 주시고 저 역시 지나 방송 내용을 반복해 보며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심각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심을 담은 사과조차 늦어져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정윤정 외에 억대 연봉 쇼호스트로 유명한 유난희도 생방 중 말실수로 논란을 빚었다. 방심위는 CJ온스타일에서 화장품 판매 방송 중 생전 피부질환을 앓았던 개그우먼을 연상시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유씨에 대해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방심위는 오는 18일 CJ온스타일 측의 소명을 듣고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방심위는 이날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활용하면서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과 관련한 부정 여론이 높은 것처럼 언급했다는 민원 등이 제기된 KBS 1AM ‘주진우 라이브’에 대해서는 ‘권고’를 의결했다. 또 출연자들이 소개팅 자리에서 과한 음주를 하는 장면을 청소년보호 시간대에 방송한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과, 출연자와 진행자가 비속어와 은어를 남발하고 여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조장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SBS플러스 ‘나는 솔로’에 대해서는 ‘주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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