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숙 칼럼] 바이든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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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들어올린 웨이퍼가 조명을 받아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창립자 모리스 창은 "미국은 우수 제조인력이 없는 곳"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미국같이 부유하고 자유롭고 강력한 국가에서 미국 이익만 추구하는 일은 너무나 쉬운 길"이라고 했던 이가 바이든이다.
바이든은 그러면서 "상식적인 원칙에 입각한 미국의 신념을 보여줘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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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의 불길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출발은 서구 진영의 중국 대항전 성격이었으나 이제는 경계가 모호한 복잡한 구도로 가고 있다. 끝난 줄 알았던 일본 반도체는 이 새로운 판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미세공정 등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기업이 포진된 유럽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이들 사이에 세계 반도체 압도적 강자인 한국, 대만이 중대 국면을 맞았다.
돌아보면 미국의 칩 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칩 워(Chip War, 2022년)' 저자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앞선 두 차례 전쟁을 주목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옛 소련과 군비경쟁을 하면서 벌인 반도체 대결이 1차다. 소련은 스파이를 동원해 기술을 마구 빼갔다. 미국은 강력한 수출통제로 해결했다. 2차는 미국 인텔을 쫓다 인텔을 넘어선 일본 기업들을 무릎 꿇린 전쟁이다. 1980년대 일본의 세계 메모리칩 점유율이 80%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제2의 진주만 공습'으로 불렀다. 레이건 정부의 가혹한 통상압박에 시달린 일본은 사실상 항복문서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1986년 체결된 미·일 반도체협정이다.
미·일 협정의 상세한 내용은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일본 언론인이 쓴 '2030 반도체 지정학'(2021년)에는 당시 '일본 기업이 보유한 1000여개 기술을 개방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있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일본 반도체의 몰락은 그때부터다. 인텔은 극적으로 되살아나 시스템반도체 지존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제조기반 없는 혁신의 맹점을 간과한 탓에 다시 침체의 터널에 갇혔다. 그렇게 된 지 벌써 10년이다.
인프라 재건, 인텔의 부흥이 미국 반도체 부양책의 골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가능한 채널을 총동원해 대만의 TSMC와 삼성 유치를 끌어냈다. TSMC는 결국 애리조나행을 결정하지만 흔쾌한 마음은 아니었다. 창립자 모리스 창은 "미국은 우수 제조인력이 없는 곳"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이를 달랜 카드가 대규모 보조금,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었다.
삼성도 다르지 않다. 테일러 공장의 통 큰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방한한 바이든은 "기술동맹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약속으로 투자에 화답했다. 그랬던 바이든 정부가 확정한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은 누가 봐도 당혹스럽다. 초과이익 공유, 영업기밀 공개 등 보조금 조건은 40년 전 미·일 협정의 시즌2로 비칠 만하다.
"미국같이 부유하고 자유롭고 강력한 국가에서 미국 이익만 추구하는 일은 너무나 쉬운 길"이라고 했던 이가 바이든이다. 회고록 '지켜야 할 약속(Promises to keep)'에 나온다. 바이든은 그러면서 "상식적인 원칙에 입각한 미국의 신념을 보여줘야 한다"고 썼다. 이런 가치가 바이든의 진심일 것이다. 반도체법은 이 범주에서 너무 멀리 있다. 이달 미국에 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워져야 한다.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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