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틱톡, `양의 탈`을 벗어라
MZ세대 '최애(最愛)' 미디어 틱톡(중국명 더우인)을 놓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틱톡 규제 깃발 아래 모였다. 당장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연방정부 기관에 30일 이내에 모든 장비와 시스템에서 틱톡 앱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대체 숏폼(short-form)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뭐길래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된 걸까. 유튜브가 동영상 시대를 열었다면 틱톡은 '숏폼' 시대를 열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유튜버라면, 틱톡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는 틱톡커라고 불린다. 특히 틱톡의 숏폼은 15~60초짜리 짧은 동영상으로 강력한 팬덤을 만들었다.
틱톡은 전 세계적으로 18억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현재까지 다운로드는 20억회를 넘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선 매월 1억5000만명이 틱톡을 이용한다. 미국 인구가 3억4000만명이니 대략 두 명 중 한 명이 틱톡 유저인 셈이다. 사용자들은 주로 10·20대 젊은이들이다. 틱톡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도 채 안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틱톡의 참을 수 없는 마력은 철저하게 계산된 상업주의 산물이다. 틱톡은 숏폼, 추천, 음악, 편집도구 네 박자 무기로 MZ세대를 단숨에 빨아들였다. 특히 '다양한 인기 챌린지'로 수많은 틱톡커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이 때문에 틱톡은 종종 위험천만한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올 1월 아르헨티나에서 12세 소녀가 틱톡 라이브 영상을 켜놓고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 참기에 도전하는 '기절 챌린지'를 하다가 사망해 충격을 줬다. 최근엔 이탈리아 10대들이 스스로 얼굴을 꼬집어 인위적으로 흉터를 만드는 '프렌치 흉터 챌린지'를 해 큰 논란이 일었다.
재밌는 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 5개 중 4개는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앱은 페이스북 단 1개 뿐이다. 게다가 미국 MZ세대들의 중국앱 '홀릭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은 중국의 전자상거래앱인 '테무'다. 중국 3대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초저가 온라인쇼핑몰앱인 테무는 출시 7개월만에 미국 앱스토어 전체 1위에 올랐다.
틱톡의 1인당 체류 시간도 파괴적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 센서 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지난해 사용자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95분으로 단연 톱이다. 그 뒤를 유튜브는 74분, 인스타그램 51분, 페이스북 49분, 트위터 29분으로 뒤따랐다. 틱톡은 막강한 시간 점유율을 내세워 광고 시장도 '말아먹고' 있는 중이다. 틱톡 퇴출론이 봇물처럼 분출되던 지난해 모회사 바이트댄스 매출은 800억 달러(약 104조7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30% 이상 뛰어올랐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세계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성장세를 비웃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산 앱엔 하나같이 중국 공산당의 알고리즘 통제가 교묘하게 숨어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국내적으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선전과 교육을 심도 있게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의 '홍색'(사회주의 성향) 지침은 고스란히 온라인 콘텐츠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 입맛에 맞춘 '빅 테크 길들이기'가 노골화된 것이다.
중국은 2020년 '마윈 사태'를 계기로 민간 회사의 핵심 기밀인 알고리즘을 장악했다. 중국 공산당이 틱톡 가입자 정보를 들여다보고, 알고리즘을 조작해 공작에 이용하고 있다는 미국측 우려는 확신으로 변했다. 미국은 틱톡을 살리려면 바이트댄스가 모든 틱톡 자산에서 손을 떼라,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중간의 '앱 외교전쟁'에서 순순히 두 손 들리 없다.
한국에서도 틱톡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MZ세대 중심으로 국내 틱톡 가입자는 벌써 1000만 명을 넘었다. 틱톡 한국법인은 2020년에 아동 개인정보 6000여 건 무단유출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틱톡이 국내 안보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정부나 국회가 논의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적극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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