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법인세마저…내년까지 세수 압박에 재정당국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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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로 재정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세수 부족 상황이 이어지며 정부의 재정 운용도 삐걱댈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 내부에서는 올해 법인세 세수 악화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인세 중심의 세수 악화는 올해 이후 정부 살림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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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도 “올해 세수결손 가능성” 인정
매년 8월말에 이듬해 세입예산 정해…제도 고쳐야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로 재정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세수 부족 상황이 이어지며 정부의 재정 운용도 삐걱댈 수밖에 없어서다. 기존 건전 재정 기조를 손보고, 급변하는 경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세수 추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도 나온다.
10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국내 법인이 지난달 신고·납부한 법인세 현황을 최종 집계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세 신고서 오류 정정 등 실적 집계를 끝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올해 법인세 세수 악화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세수 비중이 큰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 추세가 뚜렷해서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상장사 실적 악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 2074곳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83조6천억원으로 2021년에 견줘 37.7% 급감했다. 상장사는 국내 전체 법인의 0.25%에 불과하지만, 법인세 세수(총부담세액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이른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세수 여건이 나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세수 펑크(세수 결손) 가능성에는 선을 그어왔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달 말 브리핑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된다면 1∼2월의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달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확 바뀌었다. 추 부총리는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사실상 올해 세수 결손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6천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1분기에 견줘 95.8% 줄었다고 발표한 터였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3월 법인세 신고분을 잠정 취합한 국세청과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 결손을 부인하기 어려운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는 뜻이다.
법인세 중심의 세수 악화는 올해 이후 정부 살림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기업들의 1년치 법인세는 매년 8월에 절반을 선납(중간예납)하고, 이듬해 3월에 나머지 절반을 낸다. 올해 3월에 납부받은 법인세가 지난해 영업 실적을 기준으로 발생한 세금의 절반인 까닭에, 올해 8월과 내년 3월에 들어올 법인세부터 올해 실적이 본격 반영된다. 올해 예산뿐 아니라 내년 예산도 세수 감소 충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해 세입 예산 편성 절차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매년 8월 말에 이듬해 국세 수입 전망치를 확정해 이를 담은 정부 예산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연말까지 진행하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기업 실적 악화 등 경기 변동을 반영해 세입 예산을 대폭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올해 정부의 국세 수입 예산(400조5천억원) 역시 지난해 8월 말에 확정한 금액에서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다.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도 지난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경기 악화로 올해 세수가 적게 들어올 가능성을 인지했으나 실무진 차원에서 예산을 수정하자고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세입 결손이 발생하면 정책 집행에 차질을 빚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만큼 기존 관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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