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의 날’ 들러리 유감…돌봄 객체 아닌 권리 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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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일은 '자폐인의 날'이다.
유엔은 16년 전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기 진단과 대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자폐인의 날을 제정했다.
이날 기념사를 전한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마련했고, 지난 3월9일엔 '제6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이니 자폐성 장애인이 시혜·동정의 대상으로 취급받는 게 앞으로도 여전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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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원무 | 자폐성 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
4월2일은 ‘자폐인의 날’이다. 유엔은 16년 전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기 진단과 대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자폐인의 날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자폐인의 날 기념행사가 오프라인으로 재개됐다. 올해는 4월2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하루 앞당긴 4월1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사를 전한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마련했고, 지난 3월9일엔 ‘제6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예산도 늘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의 ‘돌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권리 주체이기보단 돌봄 객체로 보는 관점의 정책들이 주를 이뤘다. 이는 제6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에서도 거의 그대로 나타났다.
물론 장애 정도가 심각한 자폐성 장애인도 있다. 그런 장애인에게 돌봄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한다. 또한 이들과 관련해 주간 활동 서비스를 앞으론 하루 8시간 지원할 계획이라 하니 약간은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돌봄 요구가 심각한 자폐성 장애인 중심으로만 정책을 계획했을 뿐, 돌봄 요구가 심각하지 않은 자폐성 장애인의 필요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폐 특성이 있지만, 순전한 의료적 장애판정 기준 때문이거나 자폐에 대한 심각한 편견이 두려워 장애등록을 하지 못한 성인들은 장애인연금, 고용장려금, 가족 지원, 사법 지원 등을 받지 못한다.
심지어 제6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에서 돌봄 요구가 심각한 자폐성 장애인 가족에게 지원하는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조차 부모들이 원하는 하루 8시간 이상에 턱없이 부족한 하루 4시간만 지원한다. 이 사업은 옛 장애등급과 소득 수준 등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기에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제도라는 질타를 받을 여지가 농후하다. 장애라는 것이 치료하거나 고칠 수 없는 건데, 많은 부모가 자녀의 장애를 치료하느라 병원을 전전하고 관련 비용도 어마어마한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제 전면폐지 계획도 없으니 부양 부담을 가족에게 일차적으로 전가하겠다는 거다. 장애인 가족지원체계가 이렇게 부실하니, 장애가 있는 자녀의 부모가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까 우려된다. 이런 점에서 제6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은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장애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어디 그뿐이랴? 범죄를 저지른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치료와 사회적응이란 명목으로 치료감호소에 격리된다. 비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해당 형기만큼 복역하고 나오면 된다. 그런데 자폐성 장애인은 해당 형기를 마친 뒤에도 자폐 치료라는 이유로 석방되지 못하고, 어쩔 땐 최장 15년까지 장기수용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잃어버린 자유와 삶이 배·보상받았다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런 현실이니 자폐성 장애인이 시혜·동정의 대상으로 취급받는 게 앞으로도 여전할까 우려된다. 자폐인의 날 행사에서 자폐인의 부모와 전문가, 관료 등이 주인공이었고,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자폐인은 들러리였단 느낌까지 받았다. 앞으로 자폐성 장애인이 들러리가 되지 않고 정책·사회 참여를 활발하게 할 수 있게끔 정부가 공식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는 장애인의 욕구·선호·의지를 정책, 제도, 법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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