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님, 학폭 피해자 소송비용 청구를 취소해주세요

한겨레 2023. 4.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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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님 안녕하세요.

거기에는 학교와 교사,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육감님의 진정성이 담겨 있어 거듭 읽고 마음에 새기며 힘을 얻습니다.

저 역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교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조희연 교육감님의 편지에 담겼던 진정성에 기대어 소송비용 청구를 취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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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이세주 | 서울 광성고등학교 교사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님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는 교사입니다. 일 년에 두 번, 학기 초마다 교육감님께서 교사들 앞으로 보내는 ‘교육감이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인상 깊게 읽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공문 더미로 가득한 업무관리시스템 안에서 이 편지는 손꼽아 기다리는 특별한 문서입니다. 거기에는 학교와 교사,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육감님의 진정성이 담겨 있어 거듭 읽고 마음에 새기며 힘을 얻습니다. 편지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데 매우 유용한 매체라는 사실을 교육감님께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공개 서한을 보냅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어둡고 긴 터널이 끝을 보이면서 지금 학교는 예전의 활력을 다시 찾고 있습니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시는 선생님들의 숭고한 헌신과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지난 3년 동안 숨죽였던 학교는 다시 북적이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잔혹한 학교폭력을 당했던 피해자가 성장해 사적으로 복수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가 최근 화제가 된 가운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학교폭력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져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이를 정시 입시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처벌과 징계 위주의 대책만으로는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복잡다기한 문제들 가운데 학교폭력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 우리 사회와 어른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저 역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교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한, 매우 안타까운 기사를 <한겨레>에서 읽었습니다. 2015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피해자의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3번이나 출석하지 않아서 결국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의 학부모가 소송비용을 모두 물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도 피해자 유족에게 소송비용 1300만원을 청구하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그 참척의 고통을 감당하는 것도 견디기 어려운 일인데 여기에 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다행히 서울시교육청은 소송비용 청구에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저는 조희연 교육감님의 편지에 담겼던 진정성에 기대어 소송비용 청구를 취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교육감님의 대승적 결단이 커다란 실의에 빠진 학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기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며 저는 한 사람의 미욱한 교사로서 제가 맡은 자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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