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출산’ OECD 평균 40%인데…한국은 왜 2%?

한겨레 2023. 4.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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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서원희ㅣ행정학 박사

2022년 기준 한국의 비혼 출산 비율은 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이 약 40%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비혼 출산은 극히 예외적 출산 형태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비혼 출산을 금지하는 제도는 없지만, 과다한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비혼 출산 결정이 쉽지 않다.

비혼 출산율은 단순히 혼인 외적 관계에서 출생한 영아의 통계 수치라기보다 한 사회의 혼인 외적 가족제도와 이에 대한 국민의 불문율적 지지 등의 영향이 반영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혼인, 가족제도와 정부 정책의 총체적 모습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 한국 상황과 정반대인 프랑스 경우를 살펴보자.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인구 증가율과 합계 출산율이 1위인 프랑스는 2021년 기준 비혼 출산율이 62%가 넘는다. 프랑스 비혼 출산율이 높은 요인으로 개방적 가족제도와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제도의 안정적 운영, 여성 혹은 남성 혼자서도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정부 지원 정책을 들 수 있다.

프랑스 비혼 출산의 전기가 된 법률이 있다. 바로 1999년 도입된 ‘시민연대 계약(PDS)’이다. 이 계약은 두 이성 또는 동성을 가족으로 결합하게 하는 법률이다. 가족관계 형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혼인보다 그 결합 주체 상호 간 권리와 의무가 제한적이다. 최초 입법 목적은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허용하기 위해서였으나 현재는 시민연대 계약의 90% 이상이 이성 간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이 법은 프랑스에서 혼인보다 더 높은 비율의 가족 구성 제도가 됐으며 이 법이 발효하면서 1990년대 40%대인 비혼 출산율이 2020년대 60% 이상으로 높아졌다. 프랑스는 이 법 이전에도 다른 유럽 나라와 비교해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관대했다. 사회 인식이 포용적 법률을 만들고, 법률이 포용적이고 개방적 가족과 출산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면 한국 사회의 비혼 출산 제도와 사회적 인식의 현 상황은 어떠할까?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비혼 여성에 대한 시험관 시술을 제한하는 대한산부인과 윤리지침을 개정토록 권고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2023년 비혼 출산 영역은 제도적 공백 상태다. 그러나 제도와 다르게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 인식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한 응답이 2020년 30.7%에서 4%포인트 상승한 34.7%로 집계됐다.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은 단기간에 급격히 변하는 지표가 아니다. 가족과 출산은 다른 정책 이슈와 달리 삶에 있어 근본적 가치관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의 감소, 출산율 하락, 이혼의 증가, 경기 악화 등 한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급변하면서 대중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혼인 가족제도의 큰 틀이 변했던 사례가 있다. 바로 1997년 동성동본 혼인 금지와 2005년 호주제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혼인 가족제도도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하며, 남녀의 실질적 평등과 개인의 자유권 보장 등의 이유로 두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 변해도 당장 모든 제도의 변화가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인식이 변하더라도 보편적 정의와 정당성이 없으면 제도로 허용할 수 없다.

비혼 출산 문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본권인 생명권, 교육권과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정자 기증과 매매의 윤리·상업적 문제도 포함하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이는 비혼 출산을 저출산의 대안으로서만 접근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프랑스도 비혼 출산의 보조적 생식 시술 전, 엄마가 될 자격 여부를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비혼 출산 제도화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까? 유럽 철학계의 거장 슬라보이 지제크(Slavo Zizek)는 진정한 자유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적 허용뿐 아니라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건, 즉 의료나 사회복지 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혼 출산의 제도화는 가족 형성의 적극적 자유이자 국가 지원의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제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사회 인식과 제도의 관계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제도는 그 사회의 발전 방향과 보편적 정서가 이끄는 방향과 일치해야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적다. 비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변하고 제도적 공백이 존재하는 지금, 이를 진지하게 논의할 사회적 담론의 최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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