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룡 노총' 무더기 이탈…MZ노조 첫 승리

이광식/김우섭 2023. 4.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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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주축 올바른노조 허재영
조합원수 과반 노총 단일후보에
10%P 넘는 差로 꺾으며 '대이변'
양대노총에 등 돌린 조합원
명분없는 파업중심 투쟁에 반기
기성노조 변화 요구 목소리 커져
교섭권 획득 나선 MZ노조 늘며
양대노총 입지 갈수록 좁아질듯

양대노총의 단일 후보를 MZ노조 후보가 꺾는 파란이 일면서 노동계가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 노조인 새로고침협의회 출범 당시만 해도 이들의 활동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조합원 수가 각각 100만 명이 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철옹성 앞에 불과 5000여 명의 협의회 활동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새로고침협의회 소속 MZ노조가 서울교통공사 영업직 근로자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며 양대노총의 기득권에 균열을 만들어냈다. 양대노총 내부에서는 “MZ노조를 이기기 위해 단일후보를 냈는데도 선거에서 졌다”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양대노총 이탈표로 MZ노조 깜짝 당선

1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영업본부 내 산업안전위원회 근로자대표를 비노총 출신이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조합원의 과반을 차지한 민주노총 출신이 당연직처럼 맡아왔던 자리다. 과반을 넘으면 투표를 하지 않고 당연직으로 근로자대표를 맡을 수 있다.

산안위는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안전·보건 분야 의결기구다. 대표는 회사와의 협상을 담당할 위원을 본인 외에 세 명 더 뽑을 수 있다.

변화의 조짐은 MZ세대 중심의 올바른노조가 2021년 8월 출범한 후 생겼다. 조합원 이탈로 민주노총의 과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안위 선거는 민주노총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영업본부 내 조합원 구성 비율에서 민주노총이 43%로 압도적 1위이기 때문이다. 올바른노조는 31%, 한국노총은 10%다.

양대노총은 더 확실한 승리를 원했다. 이례적으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힘을 합쳐 단일 후보를 낸 것이다. MZ노조의 기세에 조합원 수 1위와 3위가 2위(올바른노조)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투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올바른노조 소속 허재영 후보가 얻은 1899표(55.19%)는 영업본부 내 올바른노조 조합원 수 1200여 명보다 약 700표가 더 많았다. 양대노총 조합원의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교섭권 놓고 한판 대결 불가피할 듯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선 올바른노조의 ‘공정성’과 ‘탈정치’에 동의하는 기성노조 조합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명분 없는 파업 중심의 투쟁 방식에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올바른노조 출범 전후로 양대노조 조합원 수가 수천여 명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며 “공사 내부에서도 기존 노조의 활동에 대해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바른노조는 서울교통공사 내 다른 본부 근로자대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공사에는 영업본부 외에 차량본부, 승무본부, 기술본부 등 네 곳에서 산업보건안전위원회 노동자대표를 뽑는다. 이 중 기술본부 등에서 민주노총의 과반이 깨져 근로자대표를 다시 뽑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사 내 전체 조합원은 여전히 민주노총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공사노조가 59%(1만100여 명),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 15%(2600여 명), MZ세대 중심인 올바른노조 12%(2000여 명) 순이다. 공사 관계자는 “영업본부에서 분 MZ노조 바람이 사내 전체로 퍼질 수 있다”며 “기술본부 선거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회사와 임금·복지 등을 협상하는 교섭권 획득에 나서는 MZ노조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 회사 안에 여러 개 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권은 한 개 노조만 갖게 된다. 송 위원장은 “근로자대표 선출에 이어 교섭권도 일부 MZ노조가 담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김우섭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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