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과 후 전쟁활동' 성용일 감독 "호불호 이해, 퀄리티는 의심 안해요"
인기 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이 실사화됐다. 전쟁, 크리처, 학원물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작품을 실사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용일 감독은 치열한 준비 끝에 마침내 세상에 노력의 결과물을 내놨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극본 이남규/연출 성용일)은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다. 이 비상사태에 학생들은 입시 가산점이라는 미끼로 학도병이 돼 펜 대신 총을 든다. 예전과는 다른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하일권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성 감독은 웹툰보다 대본을 먼저 본 상태였다. 대본을 보고 흥미를 본 그는, 원작이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웹툰만의 재미까지 느낀 그는 본격적으로 작가들과 각색 작업에 나섰다.
"워낙 웹툰이 인기가 많아서 부담도 있었죠. 원작 팬들도 보실 텐데, 그분들이 각색된 부분에 대해 어떤 의견을 얘기할지 걱정이 많았어요. 최대한 원작의 장점을 끌고 가려 했기 때문에 원작 팬들도 '내가 봤던 것과 너무 달라'라는 생각은 덜 하지 않을까요?"
원작자의 의도는 가져오되 영상화가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변경했다. 현실적으로 실사화되지 않는 장면들을 구분 짓고, 영상에 맞게 새로운 옷을 입힌 것이다. 10년 전 연재를 시작한 웹툰이라는 점도 감안해, 요즘 시대에 맞게 변화하려고도 노력했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 지어서 작업하려고 했어요. 구체의 디자인과 움직임을 똑같이 표현하는 건 어려웠어요. 조금 더 표현하기 쉬운 디자인과 사이즈를 선택했습니다. 학생들은 지금 시대에 맞게 인원을 줄이면서 캐릭터를 더했어요. 가능하면 아이들이 나빠 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전투를 해야 되고, 생존을 하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이 밝아 보였으면 했죠. 그 아이들이 서로를 걱정해 주고 챙기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어요."
성 감독이 원작을 보고 든 생각은 '왜 아이들 편에 서서 대변해 주고 보호해 주는 어른들이 많지 않은가'였다. 의문을 갖고 다시 원작을 살펴본 그는 이번에 원작자에 의도에 초점을 맞춰서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과도한 경쟁으로 내모는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점을 빗댄 것이라고 해석했다.
"어른들은 안일하게 교육 정책을 만들잖아요. 그 안에서 피 터지게 경쟁하는 아이들은 어떤 심정일까요? 아마 원작이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 정서를 드라마에서 조금 더 부각하고 싶었어요. 또 아이들의 곁에 도와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원작과 조금 다르지만,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한 거예요. 그래야 아이들이 희생으로 인한 배움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OTT에서 공개한다는 점은 성 감독에게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줬다. 공중파였다면 심의에서 걸렸을 욕설, 술, 담배의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표현은 오히려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수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공포심이 덜하기 마련인데, OTT와 작업하면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 편했다.
그러나 워낙 출연하는 배우가 많고, 단체 신이 많다 보니 촬영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한 장면 안에서 표현해야 되는 감정을 단체로 가져가야 되는 것이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리허설이 수반됐다. 배우들은 여러 번의 리허설을 통해 짙은 감정과 정서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한 신에 50명이 들어가면, 50명이 똑같은 공포의 감정을 담아야 돼요. 그중 누구 하나가 덜 힘든 표정을 하고 있으면 시청자들의 눈에 보일 수밖에 없죠. 배우들끼리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기에 수많은 리허설은 필수였어요. 다른 드라마 촬영이 한 시간이라면, 우리는 34시간 촬영하는 정도였죠. 때문에 매일 시간에 쫓기면서 촬영했고, 촬영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이런 고된 촬영을 함께해 준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감사해요."
모든 걸 표현하는 배우들의 캐스팅은 길게 진행됐다. 2021년 5월 한 달은 오디션의 연속이었다고. 모든 배우들은 오디션을 통해 '방과 후 전쟁활동'에 발탁됐다. 성 감독은 배우 발탁 기준은 무조건적으로 연기였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긍정적인 에너지였어요. 오디션을 보러 왔을 때 얼마나 큰 열정을 갖고 있는지를 봤죠. 그런 배우들이 촬영에서도 에너지를 전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는 원작과의 싱크로율이었어요. 이 나이대의 배우들이 갖고 있는 연기력은 아주 뛰어난 게 아니기에 캐스팅을 서둘렀습니다. 이후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요."
장르 특성상 CG는 필수였다. 구체의 다자인과 움직임이 나오면 액션 팀이 합을 만들고, 그걸 화면으로 구현하는 과정이었다. 성 감독은 이 모든 걸 혼자 판단하지 않았다. 무술 감독, VFX 슈퍼바이저와 함께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 덕분에 배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체의 동선을 잡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공개된 작품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첫 주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를 기록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성 감독은 기대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 긴장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죠. 1이라는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봐주시는 분들이 재밌으셨으면 됐어요. 어느 정도 기대하시는 부분들이 충족되지 않았을까요?"
"우리 작품은 호불호가 명확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력한 스타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신인들이 등장하잖아요. 전쟁, 크리처가 혼합된 장르기에 모든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죠. 그러나 퀄리티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코카콜라, 뉴진스 앞세워 제로시장 다시 잡는다
- '권총으로 尹대통령 죽여 나라 구하겠다'…디시 유저 추적 중
- '한동훈 아파트' 서초 삼풍도 재건축…정밀안전진단 신청 [집슐랭]
- '학벌 안 좋다고 무시하는 남친 어머니…헤어져야 할까요'
- '돈 많고 지루해서'…벤틀리로 출근하는 中식당 아줌마
- 잘 때도 '발찌' 찬 남편 알고보니 성범죄자…혼인취소 소송 결과는?
- 스타워즈 '제다이'된 이정재 '광선검 잡고 벅차'
- 성인영화 배우 출신 경제연구소장…中 보아오포럼 휩쓴 '펑단 미스터리'
- “우리 아기 어떻게 보내…” 음주운전에 사망 초등생 유족 오열
- “SNS가 섬 망쳐” 관광객에 입장료 물린다는 '신혼여행 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