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생애 첫 그린재킷…PGA 구원자 됐다

조수영 2023. 4. 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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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마스터스!
욘 람, 마스터스 제패
LIV파와 자존심 대결서 승리
4R 4홀 만에 켑카에 동타 추격
13·14번 홀 버디로 승기 '쐐기'
상금 42억원…세계 1위 탈환
오거스타 조수영 기자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의 올해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 LIV골프 간 ‘진검 승부’였다. 작년 6월 LIV골프가 출범한 뒤 양측의 톱 랭커들이 총출동해 자웅을 겨루는 첫 대결이어서다. 지난해 6월(US오픈)과 7월(디오픈)에도 두 단체가 맞붙었지만, 그때는 당시 세계랭킹 2위 캐머런 스미스와 PGA 8승을 올린 브룩스 켑카(33·미국) 등이 LIV로 넘어가기 전이어서 PGA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이번엔 달랐다. LIV골프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막는 다른 PGA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가 “세계랭킹 등 출전 자격만 되면 LIV골프 선수도 뛸 수 있다”고 선언해서다. 스미스, 켑카, 필 미컬슨(53·미국), 패트릭 리드(33·미국) 등 LIV의 간판스타 18명이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PGA에선 세계랭킹 1~3위인 스코티 셰플러(27·미국),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욘 람 등이 나섰다.

LIV의 도전은 거셌다. 최종 라운드를 앞둔 9일(현지시간), 리더보드 최상단은 켑카의 몫이었다. 미컬슨과 리드도 톱10에 들었다. 반면 PGA투어의 간판인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30·미국) 등은 커트 탈락했고, 디펜딩 챔피언인 셰플러도 힘을 내지 못했다. 이날 아침 일찍 전해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의 기권 소식은 PGA파의 기세를 한 번 더 꺾어놨다.

하지만 “LIV 선수가 우승하면 마스터스에 참가한 18명의 선수와 가족, 캐디까지 18번홀 그린 옆에 모두 모여 성대한 축하행사를 할 것”이라던 LIV의 수장 그렉 노먼(68·호주)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거리’와 ‘방향’을 다 잡은 ‘람보’ 욘 람에게 막혀서다. 이날 켑카에게 4타 뒤진 채로 3라운드 잔여경기를 시작한 람은 총 29홀을 치른 결과 4타 차이로 켑카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친 그는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펄펄 날았던 켑카는 4라운드부터 급격하게 흔들렸다. 지난해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15분이 걸렸을 정도로 심각했다는 무릎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가뜩이나 경사가 심한 오거스타내셔널GC의 코스에 이틀간 폭우가 내린 탓이었다. 미끄러운 길을 걷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간 것이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켑카의 걸음걸이는 불편해졌고, 14번홀(파4)까지 4타를 잃었다.

이 기회를 놓칠 람이 아니었다. 켑카와 2타 차이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는데, 4홀 만에 격차를 없앴다. 너무 어려워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아멘 코너’의 마지막인 13번홀(파5) 그린 옆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를 잡더니, 14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낚았다. 그렇게 켑카와의 타수를 벌렸다.

람은 비거리와 정확도, 퍼트 실력을 모두 갖춘 골퍼다. 이번 시즌 PGA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6위(314.1야드), 그린 적중률 3위(72.8%),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2위(1.67개)를 달리고 있다.

멘털도 탄탄하다. 그는 이번 대회 1라운드 1번홀(파4)을 더블보기로 시작했다.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4퍼트로 무너졌다. 하지만 다음 2개 홀을 버디로 만회한 뒤 7타를 더 줄여 7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내 경기력의 모든 부분에 강한 믿음이 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그게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람은 PGA투어 통산 11승과 자신의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마스터스 우승자에게만 내주는 그린재킷과 함께 상금 324만달러(약 42억7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세계랭킹 1위도 함께 따라왔다.

비록 우승자는 내줬지만, LIV골프도 마스터스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켑카와 미컬슨이 공동 2위, 리드가 공동 3위에 오르며 LIV가 명실상부한 PGA의 맞상대란 걸 세계에 보여줬다. 한국 선수 중엔 임성재(25)와 김주형(21)이 나란히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6위에 올랐고, 이경훈(32)이 1언더파 287타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는 1오버파 289타로 공동 29위를 기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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