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난상토론 첫날…'중대선거구', '의원수 확대' 쟁점
"중대선거구제 필요", "비례, 병립형으로 회귀" 등 쏟아져
300명 의원 수 두고는 "확대" vs "축소" 엇갈리기도
난상토론 기대했지만 회의장 '썰렁'…'당번' 마저 안 지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국회의원 전원이 벌이는 난상토론, 전원위원회가 10일 개최됐다. 토론 첫날인 이날 여야 28명의 의원들이 발언에 나섰다. 이들은 현 시점이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 개편의 골든타임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과 비례대표 의원 확대·축소 등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는 암흑기다. 정치 양극화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 전 국민 무(無) 대표 상태, 정치 실종의 상태"라며 "지금 국민의 삶은 어떤가. 15.9% 고금리에도 50만원 대출을 줄 서서 받는다. 전세대출 이자 월 60만원 내던 사람이 200만원 내고 있다. 출생률은 세계 꼴찌고 기후 위기로 동물은 떼로 죽고 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멸종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수천만 명이 1년 내내 일해서 번 돈, 거기서 걷은 세금 600조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하고,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은 어디 가서 무슨 일해라 지휘하는 것이 정치"라며 "그런데 우리 정치는 이 큰 힘을 갖고도 국민 삶을 지키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반사이익 구조이기 때문이다. 상대만 못 찍게 하면 선거에서 이기니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 소속 정당도 마찬가지다. 대일 굴욕 외교, 그 참담함을 반복해서 폭로하면 그만인 것이지 더 나아가서 새 시대의 외교 전략, 그 대안을 말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며 "세상에 이렇게 쉬운 정치가 없다. 남의 말에 조롱하고 반문하고 모욕 주면 끝이다. 대한민국 정치에는 '일 잘하기' 경쟁이 없다. 대안 경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다양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선거구를 크게 만들되 국회의원 여러 명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선거법 개혁은 노무현의 꿈이었다. 사람 바꿔서는 해결 안 된다. 선거 구조를 안 바꾸면 대한민국 정치는 계속 동네 싸움에 불과하다"며 "다양성을 확보해서 경쟁을 되살려야 한다. 김부겸 정도 되면 대구 출마해도 당선이 되고, 유승민 정도 되면 공천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는 선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구가 커져야 의정 활동 단위도 커지고 생각의 크기도 커진다. 돈 드는 선거 운동 방식은 바꾸면 된다"며 "권역 비례든, 대선거구든 이름은 뭐라 붙여도 상관없다. 선거구를 키워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실력 있는 정치인들을 키워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여당 첫 주자로 나선 최형두 의원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국민의 표심과 국회 의석의 극단적 괴리현상은 수도권에서 극단적 왜곡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선거 제도의 왜곡은 바로 수도권 과밀 인구집중 현상과 결합돼 있다. (제21대) 수도권 득표율 차이는 12%p였는데, 의석수로는 1당 103석, 2당 17석으로 무려 600%의 격차를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하게 되면 아마 수도권 지역구는 130석을 넘고, 비수도권은 120석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 세계적 지표를 보면 우리 수도권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비수도권은 소멸 위기가 심화되는데 우리 정치만 우리 국회의원 선거만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라며 "중병을 고치려면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지금 선거제도 문제는 지역감정, 영원한 텃밭의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꺼낸 '의원 정수 축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국회가 국민들의 지탄 대상이 되고 국가기관 중 최하위 신뢰도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가 데모크라시의 정당이 아닌 비토크라시 현장이 됐다고 한다"며 "서로 싸우기만 하는 국회의원들 숫자를 줄이라는 국민들의 함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의 표는 사표가 됐다. 국민의힘은 영남 지역에서 55.9%의 득표로 86.2%의 의석을, 민주당은 호남에서 68.5%의 득표로 96.4% 의석을 얻었다. 국민의 투표와는 다른 국회가 구성됐다는 뜻"이라며 "지역별·분야별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고 정쟁이 아닌 정책 중심의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비례대표의 확대로 귀결된다"며 "저는 의원 정수를 국민들의 동의와 함께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국회의 특권, 밥그릇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대표성·비례성·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국회 특권을 내려놓자고 제안 드리는 것이다. 의원 수가 늘어나더라도 법으로 의원 세비 삭감, 예산 동결 등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는 개정안을 만들어 국민께 이해를 구하자"고 촉구했다.
지난 총선 때 다양성 확보를 위한 시도였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거대 양당이 '꼼수'로 찬물을 끼얹은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자행된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과오"라며 "야합의 산물이자 헌정사의 오욕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와 정상화가 우선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구 의석수 배분과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다면 차라리 원점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환원하는 것이 꼼수 위성정당의 출현보다는 낫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의 윤상현 의원은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비례대표의 기능은 이미 소실했다"며 "비레대표 47개 의석을 지역구 253개 의석에 합치면 300개 의석이 그대로 유지된다. 중선거구제 40개, 4인 선거구 60개, 3인 선거구 20개로 300개 의석을 만들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원위는 지난 2003~2004년 이라크 전쟁 파병·연장 동의안 논의 이후 약 19년 만에 열린 데다가 정치 개혁의 핵심인 선거구제 개편을 다뤄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소수의 의원들만 자리를 지켜 '국회가 토론 시늉만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각 정당은 시간대별 '당번표'까지 만들어 본회의장에 앉아 있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텔에 몰카 달고 남녀 100명 촬영 30대…선처 호소했다
- 휴게소에 '쓰레기 폭탄'…"톨비 냈는데 못버리냐"[이슈시개]
- 갑자기 다가가 "5만원 줘"…흉기 찌른 50대 긴급 체포
- 휴식하는 정자가 그 정자?…수년째 방치된 민망 안내판
- 캠핑장 예약 안되는 이유 있었네…대행에 매크로까지[이슈시개]
- "청소년에게 마약 공급, 최대 무기징역"…정부, '마약 특수본' 출범(종합)
- 떡볶이 배달하던 50대 가장,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져
- 강남 '마약 음료' 필로폰 공급한 던지기 판매책 붙잡혀
- 코스피 지수, 8개월 만에 2500선 돌파 마감…외국인 '대량 매수'
- '대전 스쿨존 음주사고' 운전자 "너무 죄송하다…안 치려고 노력"[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