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뼛속 깊이 소방관"…정치와 헤어질 결심한 오영환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소방관 출신의 30대 정치인인데요, 22대 국회의원 총선을 1년 남기고 정치와 헤어질 결심을 밝혔습니다. '정치인 오영환'과 결별하고 '소방관 오영환'으로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저는 뼛속 깊이 소방관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라고 했는데요, 소방관 복귀를 그토록 원하게 된 건 정치 지형의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오영환 "저는 뼛속 깊이 소방관의 피"
"10년 가까운 현장 소방관 경험에 비추어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했다"고 정치에 투신한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소방시설법 전부개정안 등 소방과 생명 안전 관련 입법 활동을 삶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비극과 절망도 뒤따랐다면서, 지난 3년간 순직한 동료 소방관들을 한 명씩 호명했습니다. "한 명 또 한 명 매년 동료들이 쓰러졌다"고 말할 때는 울먹임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제 저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저의 사명,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인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불출마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 의정활동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요, 특히 지난달 만 29세인 성공일 소방관이 전북 전주의 한 주택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것을 두고 "더는 버텨낼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성공일 소방관은 당시 대피한 사람으로부터 "안에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말을 듣고 70대 남성을 구조하기 위해 주택 내부로 진입했다가 그 70대 남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저는 뼛속 깊이 소방관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불출마 결단을 다시 얘기했는데요, "정치에서 제가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는다"고 말했습니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정치 도전 멈춘다
오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영입 인재 5호였는데요, 2010년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청년 소방관이었습니다. 소방관 경력 10년 정도 될 때 영입 인재로 발탁됐네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최선을 다하는 일선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어느 소방관의 기도'를 펴냈고,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위한 1인 시위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암벽 여제'로 알려진 스포츠클라이밍(암벽등반) 선수 김자인 씨 남편이기도 합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의정부갑에 전략 공천돼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추가로 밝혀지는 성공일 소방관 순직 이유
때마침 오늘(10일) 전북 소방본부가 성공일 소방관 순직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는데요, 불 난 주택을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간 집주인을 구하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방 당국의 조사를 보면, 불이 났을 때 집주인 부부는 빠져나왔다가 70대의 남편이 명확치 않은 이유로 다시 집 안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성 소방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사람이 있다'는 목소리를 듣고 불타는 주택으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명구조가 2인 1조로 이뤄져야 하지만, 성 소방관은 급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홀로 진입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습니다.성 소방관은 현충원에 안장됐는데요, 최근에는 묘소에서 일부 물품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해 유족들을 또 한 번 울렸습니다.
고인이 된 성 소방관의 친구가 생일 선물로 운동화 한 켤레를 현충원의 묘소에 두고 왔는데(사진 참고), 유가족이 찾았을 때는 빈 상자만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표창원 이어 오영환, 정치 달라질 수 있나?
20대 국회에서 수도권 초선의원으로 활동한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들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타협하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상대를 공격하는, 대단히 좀 유치한 모습들을 봐 왔다", "좀비에 물린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전투구만 남는 정치에 대해 염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하는데요, 당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상황에도 조 전 장관을 지지하고, 논리와 말빨로 지켜주는 도구가 된 느낌이 드니 '내 역할은 여기까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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