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대신 말로 하는 '발레 수다'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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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발레 스타'로 꼽히는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64)이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있을 때 주역으로 발탁됐고, 이후 승승장구했다는 점이다.
최 감독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용걸, 김주원, 김지영, 이원국은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자 내가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일할 때 만난 든든한 동지"라며 "지금은 지도자로 한발 물러선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춤꾼'인지 조명하는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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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걸·김주원·김지영·이원국
1세대 발레 스타들 초청해
무용 인생·작품관 주제로 대화
대중에 찾아가는 발레 기획
야외무대·지방 원정 마다 안해
"발레리나에 출산은 은퇴 아냐
엄마의 감성 표현할 수 있게 돼"
세계 최고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의 첫 동양인 무용수 김용걸, 무용계 최고 권위 상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김주원, 국립발레단 대표 프리마(주역) 발레리나 김지영 그리고 ‘한국 발레리노의 교과서’로 꼽히는 이원국….
‘1세대 발레 스타’로 꼽히는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64)이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있을 때 주역으로 발탁됐고, 이후 승승장구했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 한국 발레의 황금기를 이끈 이들 4인방이 최 전 감독의 부름에 ‘발레 토크쇼’란 독특한 공연 무대에 오른다.
“네 무용수는 든든한 동지”
최 전 감독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용걸, 김주원, 김지영, 이원국은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자 내가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일할 때 만난 든든한 동지”라며 “지금은 지도자로 한발 물러선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춤꾼’인지 조명하는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최 전 감독은 1996년 37세에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았다. 최연소 단장이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였던 국립발레단이 1999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는 걸 진두지휘한 것도 그였다. 이후 발레단을 떠나 정동극장장 등을 맡았다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다시 단장으로 일했다. 그가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일한 기간은 모두 12년. 그사이 발레를 배우는 사람도 늘었고, 공연장에서 발레를 즐기는 사람 수도 껑충 뛰었다.
이들 ‘발레 4인방’과 최 전 감독의 관계는 단순한 단장과 단원 사이가 아니었다. 최 전 감독이 국립발레단 예산을 늘리기 위해 기획재정부 문을 두드릴 때도, 공연 홍보를 위해 언론사를 찾을 때도 그 옆엔 이들이 있었다. 4인방은 그때만 해도 한국어가 서툴렀던 재일동포 최 전 감독의 ‘입’이 됐고, 국립발레단을 둘러싼 바깥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귀’가 됐다. 최 전 감독이 이들을 ‘동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는 “4인방은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등 큰 작품뿐 아니라 지방에서 여는 작은 야외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명문화재단과 준비한 ‘최태지와 함께하는 발레 스타워즈’는 그가 2021년 말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에서 물러난 뒤 1년여 만에 처음 기획한 무대다. 최 전 감독이 4인방을 각자 불러 이들의 무용 인생과 작품관을 주제로 얘기하는 ‘발레 토크쇼’다. 경기 광명시 광명극장에서 22일 이원국을 시작으로 △6월 24일 김주원 △8월 26일 김지영 △10월 28일 김용걸과 함께한다. 최 전 감독은 “400석 규모의 중소극장에서 여는 공연이라 마치 개인 살롱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발레 팬층 확대에 기여
최 전 감독이 토크쇼 형식의 발레 공연을 준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실력 있는 예술가라도 관객이 있어야 빛이 난다는 게 그의 신념이어서다. 최 전 감독은 그래서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일할 때 ‘해설이 있는 발레’ ‘찾아가는 발레’ 등 대중적인 공연을 여럿 기획했다. 지방의 작은 백화점과 군부대 등 무대도 가리지 않았다. 그의 이름 앞에 ‘한국 발레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당연히 반발이 있었죠. 한국 최고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이 지방의 작은 무대나 허름한 야외무대에 서니, ‘대중화도 좋지만, 발레의 격을 너무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어요. 저도 고민이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 엄마 관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유모차를 끌고 볼 수 있는 공연을 열어줘서 고맙다’고 합디다. 이후론 꺾이지 않고 더 밀어붙였죠.”
최 전 감독은 현역 시절 보기 드문 ‘엄마 발레리나’였다. 두 딸을 출산한 뒤 국립발레단에 복귀해 프리마로 무대를 빛냈다. 그는 많은 후배 발레리나가 ‘출산=은퇴’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출산은 발레리나에게 적(敵)’이란 건 이제 옛날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되면서 감성적인 표현이 풍부해지는 것처럼 장점도 있거든요. 포기하지 않으면 엄마가 된 뒤에도 ‘무대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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