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에서 총장 선임하고 인수인계까지... 논란 키운 비밀 이사회
사택에서 총장·이사장 비밀 선임
업무 인수인계도 총장 사택에서
학내 구성원들 "사적 공간서 열린
이사회 결정 인정 못한다" 반발
퇴직 교수들, 이사회 해체 촉구
교육계에선 송 총장 행보 '뒷말'
학교 측 "이사회 법적 하자 없어"
학교법인 충청학원이 산하 충청대의 차기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분규에 휩싸였다. 학내 구성원들이 차기 총장과 이사장을 임용한 이사회를 ‘밀실 의결’이라며 무효화 투쟁에 들어가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10일 지역 교육계와 충청대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지난달 31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촉발됐다. 충청학원은 이날 오후 6시 15분쯤 충청대 총장 사택으로 쓰는 오송의 한 아파트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송승호 전 충북보건과학대 총장을 충청대 12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사회는 또 11대 오경나 총장을 학원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안도 의결했다.
이에 교수회와 직원회 등으로 구성된 충청대 비상대책위는 “날치기 밀실 이사회”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총장 임기 시작인 지난 3일부터 총장실 앞에서 송 총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비대위는 긴급 이사회 결정 자체가 위법성이 있다며 무효를 주장한다. 당시 이사회가 퇴근 이후 오 총장의 사택에서 진행된 것을 두고 비대위는 “총장 혼자 기거하는 사적 공간에서 공적인 학교법인 이사회를 연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사적인 공간에 집합해 있을 때 이사들은 공정한 판단을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적어도 그 공간의 소유자로부터 받을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이사회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비대위는 긴급 이사회 소집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윤호 비대위원장은 “사립학교법상 이사회 소집권은 이사장에게 있으므로, 현재 이사장 직무대행인 정모씨가 소집해야 한다”며 “그러나 여러 정황상 오경나 총장이 이사들을 소집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충청대 비대위는 사택에서 총장직 인수인계가 이뤄진 것이 관사의 설치 목적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충청대 사택 관리규정에 총장 사택은 ‘총장이 거주용으로 사용하는 건물’로 명시돼 있다”며 법적 문제를 제기했다.
퇴직 교수들도 이사회 무효화 투쟁을 거들고 나섰다. 충청대 장기근속 퇴직교수 40명은 성명서를 내어 “설립자 후손인 오경나 총장은 독선과 비리로 대학을 운영했고, 후임도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선임해 대학 구성원 모두를 분노케 했다”며 “충청대 40년 역사를 퇴행시킨 현 이사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내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논란 당사자인 오 이사장이 이번 이사회를 통해 억대 연봉과 사택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충청학원은 오씨를 새 이사장으로 선임하면서 보수와 사택 제공을 결정했다. 충청학원 정관에는 상근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지난 40년간 충청학원의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설립자인 오범수(오경나씨 부친) 초대 이사장부터 오경호(설립자 아들) 2대 이사장 등 모두 보수를 받지 않았다. 학교 안팎에서는 “오 총장이 퇴임하고 이사장으로 돌아올 것에 대비해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송 신임 총장의 행보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경쟁 대학의 총장으로 곧바로 이직하는 것은 도의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송 총장은 충청대 경쟁자인 충북보건과학대에서 4년간 총장직을 수행한 뒤 지난달 8일 퇴임했다. 퇴임 후 한 달도 안 돼 경쟁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충청대 측은 이번 긴급 이사회 개최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학 관계자는 “학원 이사회는 당초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대학 본관에서 열려다 대학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던 것”이라며 총장 사택에서 이사회를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사회를 당일 열지 못하면 7일 이내에 장소를 바꿔 개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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