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거제 개편' 난상토론…'소선거구·비례제' 갑론을박
소선거구 vs 중대선거구, 비례제 확대 vs 폐지…위성정당 방지엔 한목소리
토론회 초반 200여명 → 2시간여 만에 60여명으로 줄어 '전원위원회' 무색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첫날부터 치열한 난상토론의 장이 됐다.
토론에 나선 28명의 여야 의원은 10일 백가쟁명식 선거제 개혁안을 역설하며 여론 호소전을 폈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한 3가지 결의안이 '토론 주제'였지만, 비례대표제 완전 폐지 등 과감한 주장도 터져 나왔다.
여야 교대로 바통을 이어받은 의원들은 7분 간격으로 발언했고, 때때로 상대 진영에 대한 공세도 곁들여 집단 야유나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다만 토론 초반만 해도 200명 넘게 들어섰던 본회의장은 2시간 만인 오후 4시께에는 3분의 1 수준인 60여명으로 줄어 있었다.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해 선거제 개혁안을 짜자는 여야의 다짐이 무색한 장면이었다.
전원위 개최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20년 만이다.
중대선거구 vs 소선거구, 비례제 확대 vs 폐지…갑론을박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승자독식 비판을 받는 소선거구제 폐지에 힘을 실었다.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사표(死標)를 막자는 주장이었다.
홍영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의 표는 사표가 됐다"며 "이를 최소화해 대표성을 보완하는 것이 선거제 개편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배 의원도 "소선거구제는 양극화 정치를 부추기고 선거에 올인하는 정치투기꾼을 양산하고 있다"며 "의석으로 전환되지 않은 표는 국회로 오지 않고 거리로 간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소선거구제를 없애자"고 당부했다.
6석에 불과한 정의당도 가세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당 득표율 10%를 얻고도 의석은 2%밖에 얻지 못해 몹시 억울했다"며 "36년 양당 체제의 철옹성이었던 소선거구제로는 제3의 정치세력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비례대표 의석 확대 등 비례제 강화 방안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비례의원 비율은 최소 총정수의 4분의 1인 75석은 돼야 한다"며 "지역구 의석 28석을 줄이고 이를 비례의원에 할당하도록 결단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도 "비례제만큼은 이번에 반드시 보완하자.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낮은 비례성"이라며 "현재 의원 정수(300명) 내에서라도 비례의석수를 75석까지는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선거제 개편 핵심은 비례의원 정수를 확대해 정당 지지율을 의석수에 수렴시키는 것"이라며 "현행 제도보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아진다면 어떤 제도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당제 협력정치를 강조하며 "다양한 해법을 가진 여러 정당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 올 수 있다면 그게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라고도 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소선거구제 유지는 물론 21대 총선 이전의 비례제로 '원상복구'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예 비례제를 폐지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헌승 의원은 "현행 대통령제하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소선거구제 유지 응답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병립형 비례대표제(21대 총선 이전의 방식)로 개정돼야 한다. 비례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주혜 의원도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이 어렵다면 차라리 원점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함께 비례대표제 폐지를 내세웠다.
그는 "국민의 70%가 현재 비례제 폐지를 원하고 있다. 무용론의 이유는 비례 의원이 각 진영의 전사로,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론 눈치?…'의석수 확대' 주장 극소수, "위성정당 차단" 한목소리
선거제 개편 논의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의원정수 확대·축소' 논의는 예상만큼 치열하지 않았다.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듯 비례제 확대를 위해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소수에 불과했다.
홍영표 의원은 "저는 의원 정수를 국민 동의와 함께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 특권, 밥그릇을 늘리자는 게 아니다. 대표성과 비례성,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례제 확대를 위해 의원 수가 늘더라도 의원 세비 삭감, 보좌 인력과 예산을 동결하는 등 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자"고 했다.
반면 이헌승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이자고 한다"며 "그 뜻을 받들어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으로 동결하거나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의 지탄을 받은 위성정당의 재출현을 막기 위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한목소리였다.
다만 위성정당 논란이 비례제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듯 각론에서는 온도 차도 감지됐다.
전주혜 의원은 바로 본인이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됐다며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과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준연동형 비례제는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내야 한다"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환원하는 것이 위성정당 출현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상정 의원은 "위성정당 사태는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민주주의 큰 오점이었다"며 "다만 이를 제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정치권의 충분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아 비롯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도 "비례대표제는 권역별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잘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가능한 연동형에 대해서도 열어두고 검토하면 좋겠다. 물론 위성정당 방지 논의가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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