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감청 파문' 정공법, 파이브아이즈급 정보동맹 구축해야
대통령실 "동맹 균열 없어" 강조했지만
안보실 1차장 출국 진상파악 논의 예정
前 정부들도 변곡점마다 밀착 더 강화
"美에 '한국 공식 정보 갈증' 풀어주고
양국 대승적 차원서 출구전략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보름여 앞두고 터진 미국의 감청 의혹이 양국 관계에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굳건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감청에 한국 국가안보실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엎는 문제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추가 폭로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양국의 해묵은 불신이 표출된 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정보를 교류할 양국 간 정식 협의체를 만들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일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양국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과 진상 파악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측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였던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대화를 감청했다는 외신의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신이 보도한 감청 내용에는 우리나라의 외교안보는 물론 국제적인 신용에 치명타를 줄 사안들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만 나서겠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김 전 실장이 미국과 폴란드를 우회한 무기 지원까지 가능성을 열어둔 사실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11일부터 3박 5일간 미국으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미국 측과 자연스럽게 감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도 이번 감청 의혹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9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이 문제로 계속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측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의혹이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과 관련된 문제이고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 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은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이 감청 대상으로 거론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측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미가 신뢰 문제에 봉착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진단이다. 특히 러시아의 개입설과 정보 조작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한미의 신뢰마저 훼손되면 팽창하는 권위주의 진영에 맞서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악재가 된 이번 사건을 한미 동맹이 밀착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미 동맹을 정보 분야로 확대해 국제사회에 굳건한 신뢰 관계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도 제기된 사안이다. 지난해 미국 하원에서는 국방수권법(NDAA)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독일 등을 미국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에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다. 현재 미국과 정보 협력을 강화할 기반도 마련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3월 16일 12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미국과 한 차원 더 높은 정보협력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 관계는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동맹 강화’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한미는 2002년 미군 장갑차로 인한 참사인 ‘미선이·효순이 사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논란,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 배치 등을 두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선이·효순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2004년 2월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응하며 되레 한미 동맹 강화에 나섰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 비전'을 채택해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길을 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중국과 성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를 배치했다. 윤 대통령 역시 정보 협력 강화라는 해법으로 양국이 ‘윈윈’ 할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도 우리의 공식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 쪽에서 정보 공유를 강화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며 “우리가 좀 더 대승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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