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공기 진동 측정해 엿듣는다?...현존 기술론 어림없다
대통령실 “청와대보다 훨씬 안전”
전문가들 “현장 도청 가능성 낮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도청 방지 시스템이 몇 겹으로 구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지난해 3~5월 대통령실 이전 당시 청와대 이상 수준으로 보안 설비를 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장비들의 정확한 제원이나 사양은 기밀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등 핵심 구역의 보안 수준은 현존 기술로 뚫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만큼 철저하다고 한다.
대통령실 청사 자체가 과거 국방부가 쓰던 공간일 뿐더러, 도청 징후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 등을 작년에 추가적으로 보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의 보안은 청와대보다 용산 대통령실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보안, 안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훨씬 더 탄탄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대화로 발생한 공기의 진동을 레이저로 측정해 내용을 엿들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보안기술업체 ‘지슨’ 한동진 대표는 “대통령실처럼 보안 설비가 갖춰진 건물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도청을 시도한다 해도 성공률이 극히 낮다”며 “수십 년 전에나 통하던 방식”이라고 했다. 실제 대통령실과 바로 옆 국방부·합참 건물에는 도청 방지 필름, 교란용 가짜 진동 장비 등이 설치돼 있다.
다만 지난해 청사 이전 당시 예산 문제 등으로 10층 건물 전체에 최고 등급 보안 설비를 시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 구역은 윤 대통령 집무실 등보다 보안 수준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이 초대형 수퍼 컴퓨터를 사용한 이른바 ‘스테이트룸 작전’을 시행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철용(예비역 육군 소장) 전 대북감청부대장은 “휴대전화 전파 주파수를 인공위성과 수퍼 컴퓨터를 통해 도청하는 첨단 기법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통령실 현장의 회의·대화 등 내용을 실시간으로 도청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용산 청사 경내가 아닌 제3의 구역에서 주고받은 통화·메시지·메일 내역을 디지털 해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들여다봤을 공산이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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