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생활하다 전자발찌”… 탈북여성 속이고 결혼한 성범죄자

전자발찌. /조선DB

남편의 과거 성범죄 전력을 모르고 결혼했던 탈북여성이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최치봉 판사는 탈북여성 A씨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혼인취소 소송에서 “사기로 인한 혼인”이라며 지난 2월 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북한을 탈출해 2016년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인터넷 중매사이트를 통해 B씨를 만나 3개월가량 교제했고, 지난해 3월 법적 부부가 됐다.

신혼 초기 A씨는 남편에게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의 남편이 목욕하거나 잠을 잘 때도 발찌를 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B씨는 ‘과거 건달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아는 후배들을 위해 나섰다가 대신 처벌받은 적 있다’고 둘러댔다.

A씨는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국가기관 요원에게 남편의 발찌에 대해 얘기했고, 이 요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남편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었다. A씨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서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조회해보니 B씨는 10여년 전 특수강제추행,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또한 A씨의 휴대폰을 이용해 몰래 2000만원의 카드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B씨는 돌연 집을 나갔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혼인취소와 함께 위자료 1500만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는 남편의 성범죄 경력을 알았더라면 혼인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한 혼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위자료는 800만원으로 정했다.

소송 대리인 공단 소속 김건우 변호사는 “온라인 중매가 늘어나면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고지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특히 국내 사정에 어두운 탈북민이나 이민자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확대돼야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