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키우는 지정학 리스크... 최적의 대응 수단은 [미리보는 2023 FIND 서울국제금융포럼·A&D컨퍼런스]
금융시장에 간접 경로로 침투
미·중 갈등,러·우크라 전쟁 등 경제주체 심리적 위축 불러와
금리·실물자산 가격까지 요동
직접적이지 않지만 큰 파급력
'심각'가정한 시나리오
그룹 경영계획 수립에도 지정학 변수 반영폭 넓혀
유형별 수시 모니터링 통해 글로벌 교역 위축 충격 대비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올해 예상되는 자산가격 하락, 부실 증가 등 간접 파급경로를 위험관리에 반영했다. 특히 올해에는 신용 확대 위험이 명확한 만큼, 리스크 취약 섹터를 세분화하고 수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서다. 또 취약 섹터에 대한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는 등 손실 흡수 여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부정적 시나리오에 선제적 대응"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서울국제A&D컨퍼런스'를 계기로 파이낸셜뉴스가 10일 진행한 5대 금융지주 회장 인터뷰에서 이들은 글로벌 교역 위축을 가정한 다수의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직접적인 익스포저(위험노출)는 크지 않으나, 경제와 금융시장 충격을 통한 간접적인 파급경로, 즉 자산가격 하락, 경기침체, 부실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정학적 위험에 기반한 다수의 부정적 시나리오를 기초로 경영계획을 산출했다"며 "보수적인 미래 경기 전망 시나리오를 고려해 충당금을 적용해 향후 부실 증가 가능성에 사전적으로 대응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지정학 분절화, 블록화로 인한 산업 경쟁력 재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틀을 잡았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미·중 갈등 장기화 전망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생산기지를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 동남아지역으로 생산 거점 이전 및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한금융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우리 기업의 현지 이전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지 유망 금융사에 대한 인수합병, 맞춤형 디지털화 등을 통해 우리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위기관리 방점은 '건전성'
5대 금융지주 모두 올해 위기관리 관건은 건전성이라고 봤다. 그중에서도 선제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신용 확대 위험이 명확한 만큼 실시간으로 밀착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가계와 기업 차주의 상환능력이 낮아지면서 이로 인한 신용위험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KB금융그룹은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중심의 경영전략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금융소비자와의 고통 분담과 상생을 위해 금융 및 비금융 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영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지속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진옥동 회장도 "올해 위기관리의 최우선 화두는 건전성"이라고 말했다.
진 회장은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 금융기관이 해당하는 이슈"라며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를 통해 부실률을 최소화하는 한편 소상공인, 청년,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금융 지원을 지속하고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자금공급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국가경제적 관점에서의 건전성 관리 노력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제대응이 가장 효과적"
선제대응과 위험관리 대상지표 선정, 유형별 관리, 수시 모니터링 등이 주요 위기관리 수단으로 언급됐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올해도 금융환경과 금융정책 변동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영위기 상황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2월 회사별 주요 리스크관리 대상지표를 선정해 위기상황 시나리오를 '정상-악화-심각'으로 설정하고 사업부문별 수지 보전 대책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향후 안정적인 손익관리를 위해 자회사 유형별 차별화된 경영관리로 손익목표 달성을 유도하고 시장 변동성 영향이 큰 증권 등 주요 자회사를 중점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며 "회사별로 손익의 원천이 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선정해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등 세밀한 경영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자본 적정성·유동성 최우선 관리, 취약부문 신용위험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자산 관리 등을 통해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그룹 위기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자회사별로 연체관리 조직·인력을 확대 운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그룹사 부동산PF 전수점검 등을 통해 조기에 위험을 감지하고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금융은 손님 중심, 현장 중심의 영업력 강화를 통해 위기극복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등 비은행계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잠재해 있는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경기회복과 시장 투자심리 회복시점을 사전적으로 준비해 시장을 선점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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