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도청 의혹, 사실관계 우선… 동맹 흔들 땐 국민들 저항”
대통령실 ‘과장·왜곡’에 경고
“필요 땐 美에 합당조치 할 것”
野 대응 촉구에 ‘수위’ 고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약 2주 앞두고 미 정보당국의 도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실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尹 방미’에 영향 촉각 대통령실은 10일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도청 의혹 보도가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전경. 최상수 기자 |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0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 정보당국의 도청 의혹 사태와 관련해 “지금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며 “미 국방부와 법무부가 조사를 요청한 만큼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들의 많은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도청 내용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본지 서면 질의에 사브리나 싱 부대변인 명의의 답변에서 “국방부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actively reviewing)하고 있고, 법무부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 정보당국으로부터 대화를 도청 당한 것으로 보도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 당사자들에 대한 진상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하겠지만, 외교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관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의 대화가 유출 문건에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는 만큼, 당사자 확인을 거쳐 대화 시점과 장소, 상황을 특정한 뒤 보안 강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내부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사 보안은 (대통령실을) 이전할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고, 정기적 점검 과정을 거쳐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청와대 (시절)보다 용산의 보안이 더 탄탄하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방미 과정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차장이 11∼15일 3박 5일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며 “방미 기간 중 미국 행정부 인사들을 면담하면서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빈 방미를 위한 사전 준비 협의와 함께, 북한 문제, 경제안보, 지역·글로벌 이슈 관련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는 비슷한 시기에 기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등에 보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원 정보위 소속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은 앞서 뉴욕타임스에 “이 서류들이 유출됐다는 사실은 엄청난 방첩 문제”라면서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의회에서 브리핑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국자들은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피해가 큰 사건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문건 유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봄 공세를 복잡하게 만들고, 동맹국들이 미국 정부와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현미·유지혜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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