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골프' KBS 기자 "도민 안전에 소홀" 김진태 "멋대로 쓰나"

김도연 기자 2023. 4. 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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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명예훼손 이유로 KBS 기자 고소
KBS 기자 반론 요청에 묵묵부답 김진태
보도 이후 김진태 "허위보도 비용 치러야"
KBS 기자 "보도 목적은 산불 대응 촉구"
3월18일 확인된 사실 오전 골프, 오후 산불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산불 골프' 의혹을 제기한 KBS 기자와 보도 책임자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데 대해 피소된 기자가 취재 과정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9일 강원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BS 기자와 보도 책임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했다. KBS가 악의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된 보도는 지난 7일자 KBS 기사다. 이승재 KBS 기자는 지난 7일 <[단독] 김진태 골프친 뒤 술자리도…18일 산불 때도 '골프'>라는 텍스트 기사를 통해 △김 지사가 강원 홍천 산불이 났던 날(3월31일) 일과 시간에 골프 연습을 한 뒤 식당을 찾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강원도 평창 산불이 난 3월18일에도 골프연습장을 찾아 골프 연습을 했다고 보도했다.

▲ KBS 메인뉴스 뉴스9 7일자 리포트.

김 지사는 9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KBS 보도를 비판하며 “(3월18일) 골프 연습은 아침에 했고 산불은 오후에 났는데 뒤섞여서 아주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3월18일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시간이었기 때문에 9시간 뒤인 그날 오후 4시 발생한 평창 산불과 골프 연습은 관련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KBS가 본인을 '산불이 나고 있는데 골프장에 간 사람'으로 인식하게끔 보도했다는 취지다.

이 기자는 9일 김 지사 고소 직후 <“KBS 기자 고소”…김진태 지사 주장과 사실은?>이라는 기사를 통해 취재 경위와 반론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 기자에 따르면, KBS 취재진은 골프연습장과 강원도청 관계자들을 현장 취재했고 그 결과 김 지사가 이미 알려진 3월31일 외에도 3월18일 골프연습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첫 보도에서 김 지사가 3월18일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시간을 특정하진 못했다. 이는 김 지사가 '골프 연습은 아침에 했고 산불은 오후에 났는데 KBS가 이를 뒤섞어 나를 산불이 나고 있는데 골프장에 간 사람으로 인식하게끔 보도했다'는 취지로 반발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이 기자는 최소 3차례 이상 강원도청 관계자에게 3월18일 상황을 확인했지만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시간을 특정하지 못한 채 첫 보도를 냈다.

이 기자는 첫 기사를 보도하기 전인 지난 7일 오전에도 김 지사와 통화를 두 차례 시도했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김 지사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기사는 골프 연습 시간을 특정하지 못한 채 “이날(3월18일)도 김진태 지사는 해당 골프 연습장을 찾아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보도됐다.

이 기자에 따르면, 첫 보도 <[단독] 김진태 골프친 뒤 술자리도…18일 산불 때도 '골프'> 이후 강원도 측에서 전화와 문자로 △제목은 골프가 아닌 골프연습장으로 바꿔달라 △18일 산불 발생 시각을 기재해달라는 등 반론을 요청해 모두 세 차례 반영하여 기사를 새롭게 출고했다. 메인뉴스 뉴스9 리포트 <'산불 골프' 김진태 술자리까지> 등 새 기사에는 김 지사 입장과 반론이 모두 반영됐다는 게 이 기자 설명이다. 이는 “KBS가 최초 보도 이후 7번이나 기사를 수정했다”는 김 지사 주장과 배치된다.

▲ 김진태 강원도지사 인스타그램.

김 지사는 KBS가 포털과 유튜브에 관련 기사를 여러 개 업로드했다면서 “언론 외피를 썼으나 실상은 '김진태 죽이기'라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기자는 “기사는 낮에 인터넷 텍스트 기사로 출고됐고, 방송 뉴스로는 7시, 9시, 뉴스라인, 뉴스광장 등에 방송됐다”며 “각각의 기사가 따로 존재해 개수가 많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기자는 “도지사가 모든 산불을 챙길 수는 없다. 다만 도지사는 선출직으로 도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KBS 기사는 봄철 산불에 대한 김 지사의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10일 페이스북에 이 기자의 반박 기사를 공유한 뒤 “김진태 측이 연습장 간 시간을 확인해주지 않아 그냥 썼다는 거다. 확인이 안 되면 기사를 쓰지 말아야지 자기 멋대로 써도 되느냐. 허위 보도를 자백한 것”이라고 공세를 높였다. 김 지사는 “이게 우리가 시청료를 내는 KBS 기자 수준이다. 현직 도지사를 상대로 이러니 그동안 일반 시민에겐 어땠겠느냐”며 “이런 허위 보도는 앞으로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의 기자 고소에 정치권도 공방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지난 9일 “불편한 언론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건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민주당이 언론 보도를 인용해 명백한 오보조차도 진실로 호도하며 내로남불식 비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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